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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20.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8막.피부병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군대에서 겪은 겨울보다 더 추운 겨울 같았다.

지하방의 하수구 냄새가 겨울이 되니 이제는 시원한 하수구 냄새가 올라왔다.

차가운 하수구 냄새..

해가 중천에 떠도 볕이 잘 들지 않는 지하 방의 곰팡이 때문에 결국 아내와 나는 피부병이 생겼고 

음식을 해야 하는 나는 하루 종일 긁어 가면서 일을 할 수 없어 무리해서라도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드는 3층의 작은 원룸으로 이사를 갔다. 그 덕에 피부병은 나아졌지만 부부싸움은 더 잦아졌다. 모든 상황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나는 항상 피곤에 절어있었고 우리 부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다. 

직원들도 하나둘씩 그만두거나 무단결근이 잦아졌다. 

자꾸 월급 받고 출근을 안 하니 직원 급여를 보관하고 주는 일명 '급여 깔고 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깔고 주면 월급 받고 출근을 안 할 시 그 급여를 안 주거나 늦춰줘서 직원을 골탕 먹이는 방법이다. 나도 일반식당에서 일할 때 그런 사장한테 당했으면서도 나도 그 짓을 시작한 것이다.(급여를 깔고 주는 것은 직원을 못 믿는다느 것을 전제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런 매장은 직원들이 매장에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날은 점점 더 추워졌고 장사가 안돼서 활어를 많이 쓰지 못하는 관계로 활어 거래처한테 물건을 주문하면 광어 1마리 우럭 2마리 이렇게 소량으로만 주문하니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거래도 끊기기까지 했다. 

업체가 갑질을 하다니... 이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

직원도 그만두고 식자재도 안 갖다 주고 몸은 힘들고... 


봄은 언제 오는 건지...

다행히 봄이 오기 전에 피부병은 다 나았다.


(장사에는 '최소한'이라는 것이 있다. 그 최소한의 밑으로 내려오는 순간 대부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증거이다. 그 최소한의 상황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지 않도록 시작부터 강한 상품력을 갖는 것이 실패하지 않는 확률을 높인다. )

2008년 오픈했던 3900원 김치찌개집 '부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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