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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21.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9막.금붕어

겨울이 아무리 매섭고 추워도 봄은 오기 마련이다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은 더 따듯하게 느껴질 것이다.

완연한 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겨우내 가게 앞 연못에 쌓였던 눈이 녹으며 새싹이 돋는 봄이 왔다.

손님이 많던 적던 몸에 밴 정리와 청소로 항상 바빴다. 

신경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기만 하고, 손님은 느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없고... 그전부터 아팠던 허리가 더 아파왔고 몸은 항상 만성 피로였다.

하지만 고강도의 노동에도 나는 언제나 성실하게 일했다. (이 장점이 나중에 장사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 

보통 일하는 시간이 16시간 정도였고 쉬는 날도 없었지만 장사 시작하고 6 개월쯤부터 2주에 한 번씩은 식당 문을 닫고 쉬었다. 

 봄이 오니 매장에 새단장을 하고 싶었다. 모텔 1층 앞에 연못이 있는데 그곳에 금붕어를 넣어두면 손님이 좋아할 것 같아 근처 시장에서 금붕어 30마리를 사 왔다. 매장 앞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연못에 붕어를 풀어 넣었다. 손님들이 오면 볼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못 옆에 나무도 좀 심고 식기도 좀 바꾸고 매장에 싸구려 그림도 좀 달았다. 간판집에 가서 거금 주고 네온사인도 사다가 걸고 등도 새로 맞췄다. 꽤 많은 돈을 썼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날씨는 더 따뜻해졌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이 늘어났다.

근데... 청소도 다했고 금붕어도 사다 넣고 그림도 샀는데... 손님이 안 늘었다.

금붕어는 거의 다 없어져 아무리 찾아봐도 3마리밖에 보이질 않았다. 동네 고양이들이 잡아먹거나 밤에 사람들이 잠자리 채로 떠간다고 경비 아저씨가 말해줬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 짜증 났다. 장사도 싫고 직원도 싫고 아내도 보기 싫었다.

저녁에 허리가 너무 아파 아내에게 엊그제 사온 부황기로 부황을 떠달라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처음 떠본 부황이었지만 부황 컵에는 죽은 피가 반 컵씩은 채워졌다. 

이제 제발 할인권은 그만 들어왔으면... 

누워 있는데도 어지러웠다.

(손님을 위해 식당에서는 많은 것을 준비한다. 하지만 내가 손님에게 주고 싶은 것이 손님이 받고 싶어 하는 거라는 착각을 해서는 안된다. 매장 앞에 연못에 금붕어가 들어가 있다고 손님은 찾아오지 않는다. 꼭 필요한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한다. 손님을 불러들일 수 있는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반드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2009년 8평에서 5000만원을 넘게 찍을때 다시마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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