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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26.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10막.최고의 월드컵

최고의 월드컵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고 대한민국은 월드컵 응원으로 미친것처럼 보였다. 

그 당시 운영하던 식당이 월드컵 상암 경기장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월드컵의 열기는 어느 곳보다 더 뜨거웠다. 

시작 전부터 동네는 축제 분위기였다. 

대한민국이 4강에 오르자 저녁만 되면 TV가 있는 술집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대형 TV가 없는 식당은 너도나도 대형 TV를 장착해 손님을 모았다. 

나도 그렇게 TV를 사서 달아볼까 했지만 돈도 없었고 이런 일식집에  그렇게 술 마시며 응원하러 올 사람들은 없어 보였다. 

그때부터 호프집에는 대형 TV를 놓는 콘셉트가 생겨났다. 월드컵 기간 동안 매장 방문 손님은 하루 5팀이 넘지 않았다.

냉장고의 식재들은 모두 썩어갔다. 준비를 너무 적게 하다 보니 손님이 조금만 들어도 바로 준비하느라 메뉴 제공 속도가 너무 늦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처에 식자재 결재가 밀려 식재를 대주지 않겠다고 했다. 생활비도 부족해서 카드에서 돈을 꺼내 쓰는 지경이 되었다. 

월드컵 경기가 끝나면 박지성이 미웠다. 히딩크도 미웠다.

남들은 다 월드컵 구경 간다 하고, TV에서 한국 응원하고 난리 칠 때 나는 우울했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손님이 한 팀도 안 왔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해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나도 문을 닫고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집사람과 마지막까지 데리고 있던 직원 한 명과 경기를 보는 내내 우리는 그래도 잘한다며 박수도 치고 신나게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하지만 나는 눈만 TV를 향해 있었을 뿐 머릿속에는 온통 딴생각뿐이었다. 

결국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오징어를 씹으며 알게 되었다

'나... 망했구나...'

나는 폐업을 결심했다.

2002년 월드컵은 나에게는 최고의 월드컵이었다.

(외식업은 특히나 외부적인 요인에 좌우 받는 사업이다. 또 우리나라는 비교적 작은 사건에도 민감하고 외식업은 그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외부적인 요인이 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수시로 찾아오는 외부적 요인을 견디기 위해서는 강한 상품력과 시스템적인 부분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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