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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Mar 01.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11막.폐업여행

폐업을 결심하고 다음날 우리나라는 독일에 졌고 월드컵은 4강에서 끝이 났다.

사람들은 모두 축제 분위기 였지만 나는 감흥이 없었다. 

'이번 월드컵은 왜 이렇게 잘한건지... 옌장할...'

3 일동안 식당문을 닫고 출근하지 않았다. 집에서 잠만 잤다. 무기력하고 졸음만 왔다. 

가만히 누워  내가 식당을 접은 이유를 생각했다. 

'내가 망한 이유는 일단 자리가 너무 나빴어... 동네는 왜케 후져가지고 내 요리를 이해할 수준들이 아니네. 직원들은 왜 저런사람을 뽑은건지...'

(내가 망한 이유에 '나'는 전혀 포함 되지 않았다.그리고 몇년이 지난후에도 내 사업의 성패는 결국 나의생각과 더불어 운도 따라야 한다는것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깨달았다.) 

며칠 후에 매장을 정리하려고 나갔다가 친구 아버지와 마주쳤다. 

"자네 왜 가게 문을 며칠간 닫아놨나?"

아버지는 물으셨다.

"아무래도 더 장사하기 어려울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생각지도 않게 아버지께서는 기다리셨다는 듯이

"그래??? 그래~그래.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 그동안 열심히 잘했어. 그래~가게는 언제 비워줄래?"

얼마나 마음을 끓이셨을까 하는 생각에 내심 서운하면서도 죄송했다.

아들 친구이니 나가라고는 말씀도 못하셨을 거다.

짐을 챙기다 보니 옷 몇 가지, 조리도구 몇 개, 내가 아끼는 싸구려 사시미칼 뿐 가져갈 것도 없었다.

짐 정리를 끝내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장사 고만 한다고 주변 식당 사장과 상점 사장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다녔다.

사장님들은 예상했다는 듯이 수고했다고 이야기 해줬다. 또 한편으로는 장사를 그만두는 내모습을 보며 막연히 부러워 하며 쳐다 보았다. 그날 저녁 친했던 동네 사장님들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나만큼 장사 안되서 문닫고 싶어하는 미용실 남자 원장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나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난 그래도 가장인데...' 대책이 없었다. 내 자신이 한심했다. 술을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았다.

우울한 건지... 착잡한 건지... 들뜬 건지...

다음날 은행 다니면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보니 수중에 남은 돈이 300만 원과 그동안 열심히 모아 반 정도 찬 큰 돼지 저금통, 그리고 매일 시장보러 다닐때 타고 다니는 파란색 프라이드가 전부였다.

그날 저녁.

 밥을 먹다가 아내한테 물었다.

"그동안 우리 고생했는데 우리 여행이나 갈까?" 아직은 어리고 철이 없는 아내는 엄청 좋아했다.


 가게 정리하고 돈이 좀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때 당시 나에게 남은돈은 의미가 없었다.300만원이 남으나 100만원이 남으나 그 남은 돈으로 할 수 있는것이 많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파란색 프라이드를 끌고 제주도로 떠났다.

여행하는 내내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제주도 가는 와중에도 싸우고 가서도 아내와 자주 다퉜지만 놀때는 엄청 신나게 놀았다. 돼지 저금통에 들어있는 잔돈을 쓰느라 애먹기도 했다. 

신혼 여행, 이별 여행, 해외 여행 등  많은 여행이 있지만 1주일간의 잊지 못할, 인생에 딱 한번 뿐이었으면 했던 폐업 여행.

돌아오는 배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모텔 입구에 있는 식당으로 여자들이 밥먹으로 오고 싶을까?...'

(기대에 부풀어 식당을 시작할 때 나의 눈에 그 식당의 단점은 너무 작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장점도 아닌것을 장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식당을 얻기전에는 모텔 입구옆에 있는 식당이라는 상황은 단점이었지만 얻기 전에는 장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가게를 얻고 나서 어려워지거나 가게를 접을 때쯤에 비로소 내 식당을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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