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 쿡 Mar 03. 2020

나의 식당창업 분투기

13막. 생활비

생활비

미친 자신감으로 인해 홍보 하나 안했으니 손님이 있을 리 없었다.

물론 너무 가진게 없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장사의 기본도 몰랐으니...

손님은 식사 시간대에는 가끔 들어왔지만 8 평 남짓한 공간에서 2회전이 어려웠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그 좁은 공간에서 12시간을 가족 모두가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것도 시부모와 며느리가 함께 지낸다는 것은 아내에게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에 마냥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악화될 뿐이었다. 

늦여름에 오픈해서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왔다. 겨울 하루 매출 11만원,20만원,30만원,다시 20만원... 막 추워지는 11월은 우리를 살인할 것 같은 매출을 찍었다.

결국 카드론을 신청해 두 가족의 생활비를 충당 해야했다.

그렇게 어려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왔다. 그래도 그 당시 화정 상권에 쪼끄만 나이트클럽이 4개나 있었고 일산쪽에 그렇다할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꽤 괜찮은 상권이었기 때문에 매출은 조금씩 올라갔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족 모두 힘들었다.

매장이 좁아 중간에 앉을만한 공간도 없었다. 어머니도 힘들어 하셨고 나도 힘들었다.

또 어머니와 생활비를 나누어 써야 했기 때문에 항상 통장 잔고는 부족했다.

 매출은 고작 월 1500만원 정도였기 때문에 수익이라고는 3명 인건비도 안되는 500만 원 정도였다.

빚은 처음 장사 시작할 때보다 점점 늘었다. 그래서 사람을 쓸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매출 향상 방법으로 배달을 시작했다. 하지만 배달이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었다.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해야했고 책자와 전단지 등 꽤 비용이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께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게 됬다.

운전을 30년 넘게 하셨지만 언제나 배달을 나가셔서 빨리 돌아오지 않으시면 시선이 매장앞으로 향했다. 

나는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아파트로 상가로 전단지를 돌렸다. 아버지가 배달을 못 가시는 날이면 내가 배달하고 아파트를 내려오면서 일명 찍찍이(전단지를 집집마다 붙이는 일)를 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하고 싸움도 많이 하고 아줌마들에게 혼도 많이 났다.

배달을 처음 해보는일이라 주문 사고도 많이 났다.

젓가락을 빼먹어서...

초장을 빼먹어서...

돈가스 소스가 빠져서...

달빛마을 101동 갔더니 샘터마을 101동이라고...두 마을 거리는 오토바이로도 20분이 넘게 걸리는데...다시 가야했다.

배달은 좀 더 정확한 시스템이 필요했다. 

5000원짜리 한 개 배달을 위해 3킬로를 넘게 배달 가는 것은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배달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드리지는 못 할 망정 배달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항상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지금도 그렇게 했던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나도 두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예민했었기 때문이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정말 돈을 위한 것인지 가족을 위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었다.

어쨌든 그렇게 저렇게 열심히 하니 봄부터 매출은 급속도로 올라 양쪽 집 생활비 정도는 나오게 되었지만 가족의 불화는 매출이 커진 만큼 커졌다.

난 아무리 힘들고 바빠도 할 건 하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에게 큰애가 생겼다.

(세상에는 시행착오나 실패를 반드시 겪어야 성장하는 일들이 있다. 그것은 안해보는것보다 해보는것이 나으며 작은 고통들은 나에게 후에 큰 거름으로 작용하고 내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결정적인 데이터가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그 실패나 시행착오에서 재빨리 빠져 나오는것이다. 그런 상황이 항상 그러해서 거기에 머무르는것이 마치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빠져 나오기 힘들어 진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식당 창업 분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