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막. 어머니
어머니
유일하게 좁게 앉을 수 있는 4인 테이블 하나에 빙 둘러앉을 수 있는 8인석 다찌가 내 식당 좌석의 전부였다.
빚이 산더미라 나는 더 열심히 돈을 벌어 빚을 갚아 가야 했다.
그래도 몇 년 정도 장사를 하니 상당한 매출까지 올랐다. 거의 매일 줄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고 타지의 식당 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 되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는 가족 식당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6시쯤 손님이 슬슬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고 웨이팅이 걸리기 직전에 젊은 아이 엄마 둘과 아이들 셋이 들어와 유일한 vip석인 4인석에 앉았다. 뭔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 왔지만 그럴 리가... 하는 마음에 주문을 받았다. 주문은 우동 2개와 소주 1병이었다. 띠로리~~...
이 바쁜 시간에 가장 비싼 자리에 앉아 우동 두 개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안색은 벌써 변해있었다. 메뉴야 어찌 되었든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니 정성스레 만들어 서둘러 테이블로 보냈다. 그리고 1시간 반이 흘렀다.
밖은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과 8평 식당 안을 휘젓고 다니며 떠드는 아이들의 고성으로 난리가 아니었다. 1시간 반을 잘 참고 계셨던 어머니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손님, 돈 안 받을 테니 그냥 가세요!”
“뭐예요?”
“그냥 가시라고요!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손님과 어머니는 싸움이 났고 그날 장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저녁 마감 이후 나는 어머니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래도 손님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장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어머니를 가르치듯 말했다. 어머니는 억울함과 서운함에 통곡하듯 우셨다.
“나도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었어!!”
“...”
난 그 당시 어머니를 탓했었다. 그런 손님도 손님이기 때문에 가려서 받아서는 안된다고 어머니를 가르치듯이 말했다. 내가 마치 장사에 대해 좀 아는 사람처럼 잘난 척하며 떠들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때 어머니와 나, 우리 가족 모두 너무 어려운 형편이었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결국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면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당신이 총대를 맨 것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게 내가 말한 것들이 역시 옳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 손님을 내쫓은 어머니가 옳았다.
어머니가 100%, 1000% 옳았다. 우리는 그들을 거부할 권리가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작은 식당에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는 어머니는 굉장히 주관적인 사람으로 항상 가족을 우선으로 모든 판단을 하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점이 싫었고 창피했다. 누가 봐도 우리 가족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판단인데 다른 사람들 입장을 생각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늘 했었다.
지금은 대단한 인물이 되지 못한 아들 둘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어머니였지만, 어머니의 가족 중심적인 그런 점은 가족을 위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점점 감각이 예리해지셨고 지금 내 인생을 돌아보면 어머니의 판단은 다소 거칠었지만 대부분 옳았다.
부모님은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매장에서 일을 그만두셨고 식당은 나 혼자 운영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현재 암으로 투병 중이시다. 나와 함께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그렇게 되신 것 같아 항상 마음이 무겁다. 가족 경영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지만 어떻게 보면 단점이 크다. 믿을 만한 또 갑자기 매장을 이탈할 가능성은 적지만 항상 기준에서 벗어나는 상황과 업주를 안일하게 만드는 단점이 존재한다. 작은 식당에서 가족 식당의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가족경영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언제나 그들 모두 가장 최선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매장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 들이므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업주의 목표가 식당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해 가족 경영의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