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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Mar 07. 2020

나의 식당 창업 분투기

17막. 도둑만 무는 뱀

도둑만 무는 뱀

8평 매장에 매출은 올라가니 식자재의 재고가 늘었고 그런 식자재를 놓을 공간마저도 만만치 않았다. 

탈의실은 커녕 직원들 점퍼하나 넣을 공간도 없었다. 그냥 바구니에 옷과 소품을 넣어 선반위에 보관하는것이 다였다.

(나는 식당이 주방,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식당은 그 두 공간만 생각하고 준비하면 후회하거나 큰코 다친다. 생산과 소비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한치의 양보없는 공간 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보다 여유있는 공간의 매장을 얻어야한다. 나처럼 8평에서 평생 먹고살 생각을 한다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알바생이 지갑이 없어졌다고 울면서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옆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방 이모도 “저도 며칠 전에 없어졌는데 제가 실수로 잊어버렸겠지 하고 말씀 안드렸어요.” 

그 사건 이후로 알바와 직원들은 조금씩 신경이 날카로워 졌고 며칠 뒤에 세번째 지갑이 없어졌다고 이야기를 하길래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묻다보니 직원들 모두가 지갑을 가져간 사람으로 한사람을 지목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젊은 주방 아줌마를 지목했다. 하지만 나는 사장의 입장에서 증거도 없이 추측으로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모두 그 아줌마라고 확신했고 그 아줌마가 매장에서 계속 일한다면 자신들은 같이 일 못한다고 격앙되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정황을 들어보니 그 아줌마가 지갑을 훔쳐 간것이 확실했지만... 그때는 매장에 감시 카메라도 없었을 시절이라, 현장을 확인하지 않으면 잡을 방법이 없었다. 직원들의 원성도 그렇고 나도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하는 수 없이 모두가 의심하는 그 아줌마를 불러서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아주머니 솔직히 이야기 하시면 신고는 안할께요. 직원들에게는 내가 알아서 잘 말할테니 가져간 돈하고 지갑만 돌려 주세요."

그런데 보통사람이라면 누명을 쓰고 지목이 된다면 울고불고 난리를 칠텐데 이상하게도 이 아주머니의 행동은 의외로 차분했고 전혀 당황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 아닌데요...하지만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그냥 그만 둘께요."

어쩌면 범인이 아닌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 보냈다.

 그런데...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가만히 생각하니 그 동안 잊어버린 돈만 70여 만원에 신분증과 카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도둑맞은 사람들이 너무 억울할것 같았다.그 당시 하루 일당이 4만원 이었으니 잃어버린 금액은 상당히 큰돈이었다. 집에 와서 문득 어렸을때 읽었던 도둑만 무는 뱀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마을의 지혜로운 사또가 도둑을 잡기 위해서 꾀를 냈는데 단지안에 도둑놈만 무는 독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용의자 몇 명을 그 단지안에 손을 넣게 해서 그중에 손을 안넣었던 도둑놈을 잡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고민 끝에 나는 밤 12시에 그 아줌마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아줌마,아까는 미안했어요. 도둑놈 곧 잡을것 같아요. 쓰레기통에서 지갑을 찾았어요. 그래서 경찰서에 지문감식 맡겼으니까 아줌마 누명 벗겨질거에요. 며칠뒤에 결과 나오면 연락 드릴께요"

지갑은 무슨...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지어내서 문자를 보낸것이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데 문자 한통이 왔다.

"시간되시면 잠깐 뵐수 있을까요?"

어제 그 아줌마였다.

'걸려 들었군..' 

뱀에게 물리면 죽을 거라고 생각한거다.

그 아줌마를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다음은 뻔하다. 본인이그랬다며 용서해달라고 무릎꿇고 빌었다.

처음에는 호되게 뭐라고 하며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근데 거기서 울고불고 하면서 애가 셋이고 본인이 안벌면 애들다 굶어 죽는다며 살려 달라고 했다. 그 아줌마가 애들이 셋인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 아줌마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애들 생각에 용서하기로 했다. 일단 훔친 지갑의 주인들한테 죄송하다구이야기 하고 양심에 찔려서 자수 한거라 매장에 가서 이야기 하라했다. 

 매장에 가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줌마들이 가만 안 안둔다며 난리가 났다.

 직원들을 진정 시킨 후 훔친거 돌려주고 공제하고 나니 아줌마 월급에서 5만원 정도가 급여로 남았다. 

나는 그것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금고도 비는것 같고 다른거 또 뭐 가져간거 있나?하는 의심도 갔다.

근데 애가 셋에 한달 급여 다 까고 나서 생활비가 없을거란 생각에 그냥 30만원을 챙겨서 보냈다. 

안받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걍 가져가라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나는 그때부터 매장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방을 맡아서 일하던 주방장이 그만뒀다.

(식당은 직원, 손님등 작은 매장에도 수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곳이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식당인만큼 이런 작은 사고부터 큰사고까지 미연에 방지하는 것들을 만들어 놓는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도 상황은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준비하는것과 준비하지 않는것은 하늘과 땅차이이다. 식당은 참으로 다이나믹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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