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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Feb 02. 2019

식당일지303.

풍선

식당일지 303. 풍선


2002년 이맘때쯤 돈까스 5000원 짜리 한개를 오토바이에 싣고 2키로가 넘는 곳으로 배달을 하러가다가 도저히 오토바이가 가질 않아서 돌아오면서 배달을 갈수 없다고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16년전 배달을 가시다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셔서 그 뒤로 나는 배달을 그만 하기로 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었다.


'오토바이 배달만 하는 회사는 없을까? 있다면 내가 1빠로 이용할텐데...'


배달만 하는 사람만 있다면 배달이 자신있을것 같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것으로 보였다.



"형님, 홀 매출은 줄었는데 배달매출은 계속 늘고 있어요. 배달을 더 밀어 보려고요."


"대표님, 이제 공유 주방이 뜨고 있습니다. 공유 주방 한번 같이 만들어 보시죠. 앞으로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배달만 하는 식당을 만드는데 2000만원이면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이번에 3층에 주방만 있는 배달 매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잘될거 같아요!"


"형님, 우리 삼겹살 브랜드는 그대로 두고 삼겹살 배달하는 프랜차이즈 이제 만들어 보려고요."



이렇듯 배달관련업은 겉잡을 수 없을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로인해 부쩍 배달식당에 관한 질문이 많아지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중 기존 홀 서비스 매장에서 배달을 병행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다. 


그런 질문에 대해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홀 서비스식당이라면 되도록 배달에 많이 치중하지 않도록 권유 한다. 


그들은 그 이유를 묻지만 참...시간도 걸리고... 나의 예측이 100퍼 맞는다고 할 순 없어 강하게 권하지는 못했다.



요즘 배달의 민족 어플에 들어가보면 우리 동네만 해도 일식카테고리에 한두 개 업체만 보였던 것이 어느새 수십개가 생겼다. 어디 있는지도 , 듣도 보도  못했던 식당들이...


배달시장의 과열양상은 그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앞으로 배달 시장의 출혈은 정도가 심각해질 것이다.


배달 전문매장은 말할것도 없고 일반 식당을 비롯해, 호프집,커피셥, 심지어 이제는 PC방까지 배달에 가세했다.


PC방을 오픈 할때 배달을 염두해 두고 아예 주방을 키워서 오픈한다.


우리 업장의 옆집인 쭈꾸미집은 오픈뒤 홀 손님이 줄어 장사가 안되자 점점 배달 비중을 높여갔고 몇 개월 뒤 홀 한켠이 1회용 용기로 가득쌓여 식당인지 창고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홀 매출이 악화되가는 식당들이 배달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식당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배달식당으로 변신하는 예는 이집만이 아니다.


얼마전 이 식당은 배달에서 매출이 오르는듯 싶자 내가 탈의실로 사용하던, 바로 옆칸의 상가를 얻어 주방만있는 배달 식당을 만들었다. 



나또한 제작년에 세개 매장에 배달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배달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알고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했다. 


역시 생각대로 매출은 올랐고 스스로 만족하던 순간...


하나 둘씩 문제가 생겼다.


첫째, 많은 배달 주문 전화와 주문입력, 오토바이 콜로 인해 카운터에서 직원 한명이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사실 홀 인원은 서브를 하기에도 다소 부족한 인원이었는데 카운터에 박혀서 서비스를 하지 못하니 홀 서비스는 엉망이 되었다.


그렇다고 인원을 늘리기에는 또 다소 부담스러운 매출이었다. 결국 부족한 서비스는 곧바로 잦은 컴플레인으로 이어졌다. 


배달을 함으로서 홀 서비스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두번째,배달이 많아지니 오토바이 총각들이 수시로 매장을 드나들었고 가뜩이나 전화 소리와 '배달의민족.. 주문~!!'소리로 정신이 없는 매장이 더 혼란 스러웠다. 


큰 인형탈을 쓴 모여라 꿈동산의 인형같은 덩치 큰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들어와 둘셋씩 기다리니 비좁은 식당이 더 비좁아 졌고 식당인지 시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세번째, 배달이 고객과 마주치는 횟수는 적은 장점이 있지만 반면 그로 인해 직접 얼굴을 볼수 없는 서비스여서인지 고객의 컴플레인의 수위가 굉장히 심하고 더러웠다. 


뭐..  간장하나 빠뜨린것이 마치 큰 죄지은 도둑놈 대하듯 하대 했다.그런날이면 직원들의 사기는 굉장히 떨어졌고 전화를 받는 공포증?같은것도 생겼다. 그런 직원들은 홀 손님을 대하는 태도 또한 나빠졌다.



네번째,배달을 하는것이 있는 인원에서 더 추가되는 인원없이 매출을 올릴것 처럼 보였지만 배달이 활성화 되면서 인원이 더 추가 되가 되는 매장이 생겼고 그로인해 수익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직원을 안두자니 일이 안되고, 직원을 두자니 매출대비 수익구조가 악화되었다. 


배달을 하게 되면 보너스 매출이 오른다고 생각햇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작년 초 나는 배달을 거의 접다시피 하고 매출의 1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해서 배달영업을 진행중이다. 



배달 시장이 급격히 커져간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배달시장이 커진다기 보다는 어플의 발달로 인해 배달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을 뿐이지 배달시장은 결국 일정규모의 매출을 갖는다. 


지금 이런 배달업이 많아지는 현상은 단지 로드매장의 매출을 배달 시장으로 끌고 왔을 뿐이다.


물론 배달 음식은 발달할 것이고 급격히든 완만하게든 배달시장은 어떤 형태로든 다소 커질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우리 영세 식당들이 배달시장의 성장에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홀 서비스 식당에서 배달로 매출을 올리는것이 마치 덤으로 매출을 올리는것 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어느정도 배달 매출이 오르면 그 뒤부터는 홀 매출이 줄어들며 배달 매출이 오른다.


마치 풍선 효과처럼 한쪽이 커지면 한쪽은 작아지는 현상이다. 


식당 사장은 그런현상을 보면서 그동네가 배달이 더 잘되는 동네로 인지하고 배달업장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결정하기도한다. 하지만 정작 그 상권이 배달에 맞는 상권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조금 일렀다.


단지 안하던 배달을 하게 되 매출이 났을 뿐이고 그 매출로 인해 홀이 소홀해지며 홀 손님이줄어 들었을 것이다. 



대부분 식당사장들은 배달과 홀 매출 둘다 오를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둘 모두 매출을 올리는것은 쉽지 않다. 아니 대부분 오른 매출의 합산이 어쩌면 한쪽만 해도 발생할 매출이었을지도 모른다. 


 홀 서비스 식당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의 서비스와 시스템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고 결국 몇개월이 지나보면 내 식당의 총 매출은 배달을 하기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달을 하면 상권을 넘어 매출이 계속해서 오를것이란 기대는 점점 희박해진다. 



매출이 떨어진 로드매장에서 배달은 참으로 달콤한 사탕과 같다. 


하지만 사탕의 단맛에 빠져 배달에 집중해 버리면 결국 그 매장은 배달 매장으로 변신하고 워킹손님을 잃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만들어졌던 가격과 서비스에 맞지 않는 환경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서 본래 레스토랑으로서의 가치와 힘을 잃게 된다.


홀 서비스가 주 메인이였던 식당이 한 번 배달 매장으로 쏠려 버리면 사장과 직원도 배달업장에 적응이 되어버리고 그들의 미흡한 서비스를 받은 손님은 홀 손님은 재방문을 선택하기 어렵다. 


다시 홀손님을 받는 매장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홀 손님이 줄어 배달을 해 볼 것인지를 고민하기전 한가지 더 생각해보자.


손님이 줄어든 이유가 내 책임은 아닌지, 찾아온 손님도 만족 시키지 못했는데 과연 무책임하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배달맨에게 내 음식을 맡겨도 내 음식에 손님이 홀 만큼 충분히 만족 할 것인지.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배달에 힘을 싣기보다 


처음 내가 시작한 식당의 초심을 되세기고 


내 식당의 가치를 중심잡고 


앞으로 맞이할 손님에게 진심을 다하는것이 내 식당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 식당에 내가 손님으로 왔다고 가정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는데


"띵!똥!배달의 민족,주문~!!!  


 띵!똥!배달의 민족,주문~!!!  


 띵!똥!배달의 민족,주문~!!!


...여보세요~네네? 음식이 잘못갔다구요?아닌데요? 머라구요?


...바스락...바스락(포장하는 비닐소리)~~ 


덩치큰 오토바이 아저씨가 성큼성큼 들어와 가만히 핸드폰을 보며 내옆에 둘이나 서있다면...



지금 국내의 배달시장은 커져가지만 누구나 소자본으로 창업 가능한 낮은 진입장벽의 배달업은 서로 좀비 경쟁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전문 식당의 밥그릇까지 너무 뺏으려 하지 말자.

그들의 밥그릇을 넘보다 잘못하면 내 밥그릇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운영중인 업장의 기본에 충실하고 그 매장의 가치에 집중하는것이 급격한 외식업의 변화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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