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본능적으로 매우 확고한 안정감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 안정감이 드러나는 가장 흔한 경우가 음식을 고를 때다.
나는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도전하더라도 어느정도 그 맛이 예상 될 때를 제외하고는 여간해선 먹어보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만남도 내겐 늘 긴장되는 일이다.
오랜관계가 편한 나는 뉴페이스를 만나야하거나
반대로 내가 뉴페이스가 되어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늘 스트레스를 받곤한다.
안정을 추구하다보니 나는 모든일을 계획하는 편이다.
여행도 마찬가지인데, 오늘 아침 남편이 갑자기 강원도 여행을 제안해왔다.
강원도 산간지방에 폭설이 올거라는 뉴스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적설량이 겨우 5~15cm라는 소식에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기왕이면 좀 더 확실하게 눈이 쌓인걸 확인한 후에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어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나에게
남편은 요근래 부쩍 '도전'을 부추긴다.
여태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게 결정하고 떠난 강원도 여행을 마친 후 선명해졌다.
아무런 계획도 기대도 없이 떠난 여행지에서
나는 태어나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처럼 받고 돌아왔다.
하얀 설경에 취해갈수록
오히려 더욱 내 마음 속에서 분명해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안정적인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구나..
그러니 '매일같이 돌다리를 두드릴 필요는 없겠다'
아마도 남편은 미리 알고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불안함을 걷어내고 한발 나설 때
오늘같은 행운이 기다린다는 걸
어쩌면 그 선택이 틀리고 실패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안에서 삶의 가르침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는 걸
새로운 도전 앞에서
나는 더이상 전처럼 주저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안개처럼 덮인 불안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뜻밖의 세상이 빛을 내며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이제는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