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니트 채용 프로세스 구축 과정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면접을 지원하는 사람에서, 어쩌다 보니 면접관이 됐다. 세월 참 빠르다. 모든 기업에게 그러하겠지만, 특히 스타트업에겐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중요하다. 그래서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는 건 필수 과업이다.
우선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 플랫폼에 글을 올리고, 노션에 채용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 어떤 직무가 있고 필요 요건은 무엇이고 우대 요건은 무엇인지 작성했다. 그 과정에 면접 지원자가 우리 회사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게 되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회사는 본질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다. 직원의 입장에서 회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일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본질이 강하단 건, 회사가 일하기 좋은 곳이란 뜻이다. 내가 지향하는 회사다. 정말 일할 맛 나는 그런 회사 말이다.
자율과 책임하에 돌아가는 조직 문화,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고, 모두 원격 근무를 하며, 때로는 유머가 함께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꽃을 피우는 회사. 직원들이 오롯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 실제로 그랬고, 그렇게 비치고 싶었다.
이를 위해 내가 지향하는 바를 기술하고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비전을 적었다. 비전에 공감해 주고, 함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 내려갔다.
이후엔 한 명 두 명 지원하기 시작했다. 떨렸다. 내가 아닌 타인이 바라보는 디피니트는 어떤 곳일까? 걱정되는 맘 반, 설레는 맘 반으로 며칠이 지났다. 한두 명에 그칠 줄 알았던 지원자가 어느새 열 명이 넘었다. 작은 스타트업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했다. 내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뿌듯하기도 했다.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우리 회사와 결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선별했다. 물론 이사님과 함께 논의했다. 면접 일정을 조율하고, 날짜를 잡았다.
어떤 점을 평가해야 할지 고민하며 로직 트리를 작성했다. 인품, 능력 두 가지 이외에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회사랑 핏이 맞는지를 봐야 하니 성향도 봐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세 가지를 정하고 또 안에서 타고 들어갔다. 그렇게 정한 항목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품에는 성격, 행동, 책임감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향에는 비전, 직무, 도전 정신, 조직 문화를 고려하면 되겠다. 능력에는 업무 능력, 의사소통 능력, 성장 가능성, 메타 인지를 보면 되겠지. 이렇게 큰 틀을 짜고 질문들을 정해갔다. 다양한 책들을 비롯해서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행동 질문들로 구성했다.
그렇게 면접 평가표를 만들고 어느덧 면접날이 다가왔다. 면접 당일, 갑자기 패닉에 빠졌다. 내가 준비한 건 인성 면접이다. 기술 면접은 그럼 언제 본다는 것인가… 보통 기술 면접을 보고 통과한 사람에 해당해서 인성 면접을 보는 게 맞는 절차인데 뭔가 반대로 된듯하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둘 다 동시에 보기에는 일정이 너무 빠듯하였다. 기술 면접은 인성 면접을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화상으로 보면 되리라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면접자가 오고 면접을 진행했다. 오늘 보기로 한 지원자는 총 4명, 금방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면접을 너무 쉽게 봤나 보다. 3명 째부터 기가 빨렸는지 에너지가 다운되고 힘이 없었다. 면접을 지원하는 것보다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보는 게 훨씬 더 힘들다는 걸 체감했다.
그리고 지원자 시절, 신입시절의 떨며 면접을 보던 내가 기억났다. 그때 당시에 나를 쳐다보는 면접관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일 터인데, 그때 당시엔 왜 그렇게 크게 보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많이 어렸고, 이 생각에 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했단 걸 또 체감한다.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본 지금, 어떻게 하면 면접을 잘 볼 수 있는지 이제는 너무 잘 알겠다.
면접이 끝났다. 우리가 보기에 훌륭한 지원자도 있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지원자도 있었다. 어찌 됐든 모두 디피니트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준 분들이라 감사했고, 좋은 인상을 드리고 싶었다.
모두 녹초가 돼서 아래층 카페에 내려가 커피 한잔하며, 서로 면접이 어땠는지 담화를 나누었다. 신기한 게 누가 괜찮은 지원자인지에 대한 우리 4명의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새로운 분에 대한 설렘을 안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면접을 보니 하루가 끝나있어 일은 못했다.
다음부턴 화상으로 기술 면접을 진행하고, 합격한 대상자에 한 해 대면 면접을 진행하리라. 채용이 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인지 몰랐다.
이번 채용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조금 더 체계를 잡아나가봐야겠다. 처음치곤 훌륭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