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살이

엄마의 자격

내 삶이 곧 내 아이의 미래다

by 김현정

홧김에 아이를 던져서 죽인 계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락스를 쏟아 붓고 화장실에 가둬 끝내 세상을 떠나게 만든 계모와 친부. 지인의 집에 얹혀 살면서 지인이 시키는대로 아이를 학대하며 아이의 죽음에 일조한 엄마. 제 자식의 이모로 살다 끝내 자신을 범한 형부에 대한 분노를 자식에게 투사해 자식의 목숨을 앗아간 친모.


요즘 일어나는 흉흉한 사건들을 보면 부모 자격 없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인간성을 상실하기까지 저마다 사정과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어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한들 얼굴도 모르는 엄마 아빠만 믿고 이 세상에 나온 여린 생명체를 보호하지 않고 학대했다는 사실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사람들은 잊을만 하면 또 터지는 끔찍한 뉴스를 듣고 충격에 몸서리를 친다. 아이가 살아있을 적에 어떻게 학대를 했는지 시시콜콜 알려주는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서 그저 이름과 얼굴만 아는 어느 가여운 아이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아이가 겪었을 고통에 분노한다.


이처럼 반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이며 광화문 한복판에서 돌팔매질을 당한다한들 동정심조차 생기지 않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을 향해 부모 자격이 없다며 맹비난을 퍼붓다가 문득 부모의 자격이 무엇인지, 나는 그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그 다음에는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당연한 순서인 듯 아이를 갖고, 하나만 있으면 외로울까봐 또 다이 둘째를 낳는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따르는 이런 주기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단계를 밟아나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남들처럼 적당히 살아가는 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누군가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살기로 다짐을 할 때 '이 사람이 과연 내게 어울리는 사람일지' 많은 고민을 하듯 아이를 낳을 때도 '내가 과연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지', 혹은 '아직 자격이 없다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자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실 나도 아이를 낳을 때는 결혼을 결심할 때만큼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딱히 아이를 갖지 않고 딩크로 살겠다는 다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굳이 아이를 낳을지 안 낳을지 선택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적당히 신혼을 즐기다가 하늘이 주신 선물처럼 우리에게 찾아와 준 첫째를 낳았고, 첫째가 적당히 자라 사람 구실 좀 하게 되니 다시 때가 되었다 싶어 둘째를 가졌다. 내가 갖고 있는 엄마로서의 자질, 혹은 자격에 대해 미리 질문을 던져보지 않은 채 삶이 흘러가는 대로 떠밀리듯 지금껏 살아오다가 엄마살이 7년차에 접어든 이제서야 뒤늦게 나는 얼마나 엄마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질운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엄마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격은 무엇일까? 아이들을 현명하게 키워내려면 엄마는 지혜로워야 하고, 아이들을 튼튼하게 키워내려면 엄마가 건강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일까. 엄마는 요리를 잘 해야 하고, 운전도 잘 해야 하고, 빨래도 잘 해야 하고, 청소도 잘 해야 하고, 돈도 잘 벌어야 하고, 척척박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엄마의 자격은 '사랑'이다.


사랑.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엄마가 보여주는 변함없이 따뜻한 마음은 구명조끼와도 같다. 젖을 먹으며 엄마의 품에서만 살다가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간 아이는 높은 파도에 휩쓸리고 거친 폭풍우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갖은 어려움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것은 바다를 건너는 아이의 몫이지만 비록 힘이 들어 잠깐이나마 헤엄을 멈추더라도 아이가 바다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붙들어주고 아이가 끝까지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아이를 지탱해주는 구명조끼. 구명조끼가 없으면 바다를 건너기가 훨씬 힘들 수밖에 없다.


아이는 엄마가 보여주는 사랑을 자양분 삼아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언제든 자신을 품어줄 엄마가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커다란 안도를 느낀다. 아이는 엄마가 보여주는 사랑을 맹신하며 엄마라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다.


생김새며 사소한 행동, 식습관 하나까지도 남편과 나를 쏙 빼닮은 아이들을 보며 나는 과연 두 아이에게 어떤 거울인지, 아이들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오늘 또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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