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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w Sep 10. 2023

두 번째 산티아고, 스물 넷째 날

Figueras-Lourenza 32km

2023.05.07


아침 일찍 일어나 Figueras에서 Ribadeo로 갈 채비를 하고 숙소를 떠났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푸짐한 저녁을 먹어 아침 생각은 나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Ribadeo 가는 길은 북쪽길에서 마지막 바다가 보이는 다리를 넘어간다. 이 다리를 건너면 Austrias 지역이 끝나고 Galicia 지역이 시작된다.

파란 다리를 건너 들어온 Galicia, Lugo

파란 긴 다리를 건너 Ribadeo 마을에 도착하니 정면에 보이는 건물에 멋진 그림이 그려있었고, 시내를 지나갈 때 마침 교회에서 종 치는 소리가 들려 그 순간은 가만히 서서 종이 끝날 때까지 종소리를 들었.

Grazes, Ribadeo

오늘은 하루 종일 혼자 걸었다. Ribadeo를 지나 산을 넘다가 들린 카페에서 스위스에서 온  순례자와 인사를 주고받은 것 외에는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혼자 걸은 하루였다. 혼자 걸을 땐 미리 다운로드하여 놓은 영화를 들으면서 걷는다. 요즘 걸으며 듣고 있는 영화는 'Star is born', 과 'Paddington 1편과 2 편'. Star is born은 순전히 영화 곳곳에 나오는 레이디 가가의 노래 때문이고, 패딩턴은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돼서 세 편이 현재 나의 영화 목록이다. 걸으면서 영화를 틀어놓는 것은 꽤 오래된 습관이다. 대사를 듣고 있으면 걸으면서도 거실에 TV를 켜 놓고 빨래를 개키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Ribadeo 골목길 풍경

Ribadeo를 지나 한적한 시골 마을 여러 개를 지났다. 일요일 오후, 지나온 모든 마을의 식료품 가게가 닫았고 아침에 들린 카페가 오늘 본 마지막 카페였다. 길에 나를 빼고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구글 지도에 일요일에도 연다는 슈퍼가 있어 어제오늘 먹을거리를 사지 않았는데 하는 수 없이 저녁은 굶고, 내일 아침 6시에 연다는, 숙소에서 1분 거리의 빵집을 가기로 생각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 어딘가, 길게 뻗은 카미노 길

오후 6시쯤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주방에 들어가니 어제 같은 알베르게에서 지낸 레이디가 나를 보더니 32km를 다 걸어서 왔냐고 물어온다. 방에서 스피커폰으로 오래 얘기했던 그 레이디였다. 질문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다른 길이 있었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혹시 다른 길이 있었는지, 오는 길에 순례자들을 거의 못 봤는데 내가 길을 다르게 와서 보이지 않았던가 싶어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본인은 어제 숙소에서 만난 분이 중간까지 차를 태워주셔서 17km만 걸었다고 다. 그리고 내일 가기로 생각해 두었던 Gotan 알베르게가 닫혀 있단 정보도 알려주었다. 그래서 대부분이 내일은 Albadin까지 간다고 하더라고 알려주었다.

작은 망아지와 초원

저녁을 먹으러 사람들이 나가고 난 아직 씻을 힘이 없어 식탁에 계속 앉아 있었다. Gotan 알베르게가 닫았다니 내일 걸을 길과 숙소를 살펴보고 있는데 주방으로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탈리아 레이디를 만났다. 노란 곱슬머리가 매력적인 이 레이디는 두세 번 정도 같은 숙소에서 머물 때마다 가볍게 눈인사를 했었는데 오늘은 늘 같이 다니시던 신사분 없이 혼자 계신다.


네덜란드 애나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Penduela 알베르게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며 서로 돌아가며 소개를 했을 때, 영어를 못하신다는 말만 하셔서 늘 눈인사만 건네었었는데 오늘은  먼저 Are you okay?라고 인사를 건네 오셨다. 숙소에 6시쯤 도착했으니 괜찮아 보이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했다. 거기에 감기가 목으로 올라와 목소리마저 이상했으니 괜찮다고 한 게 이상했으리라.

18세기에 지어진 Lourenza 대성당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셨나 보다.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있어 혹시 슈퍼에 다녀오시는 길이냐고 여쭤보니 바에서 음식을 포장해 왔다고 하셨다. 나도 뭐라도 먹을까 하는 생각에 마을 한 바퀴를 돌아봤지만 에서 먹고 싶은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냥 루이보스 차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했다. 아침에 출발할 때 잔뜩 낀 구름이 다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다시 보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주방에 이탈리아 레이디가 앉아 계셨다. 날 보시고는 내일 길은 두 군데 있는데 "Here, dangerous"라고 알려 주셨다.

Mondonedo를 가는 두 가지 방법

내일은 어디서 잘 지, 어느 길을 걸을지 선택할 것이 많아 그냥 일찍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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