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고

빅뱅하는 외로움

by 하루오

암소 소리를 아는지. ‘음메’를 떠올리는 보편적 직관 속에서 나는 서식할 수 없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나 ‘다음에 밥 한 끼 먹어요’도 내 서식지는 아니다. 나를 읽는 독법은 따로 있다. ‘but I love you.’를 읽을 수 있을 때, 네게서도 나의 우주가 폭발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검색이라도 하자. 제발, 정말 제발.


요행히 네가 나를 읽을 줄 알게 되었을 때, 네가 읽은 나는 끝까지 나일 수 있을까? 내가 나이듯 너는 너이므로 어느 순간 나는 너로 오염된 너의 시각에 수렴될 것이다. 나라는 광석은 당신의 시각에 깎여나가 먼지가 되어 날아간다. 작은 가슴 모두 모두아 시를 써 봐도 소용없다. 바람에 날려간 나의 노래는 휘파람 소리로도 돌아오지 못한다. 너는 나의 노래를 모른다. 모래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풍경에 모래가 쌓인다. 어린 왕자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댄다. 이쯤 되면 나의 독법을 눈치 챌 때도 되지 않았나?


역시 너에게 나는 불가능한 존재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존재하고 싶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신도 아니다. 그렇다고 귀신도 아니다. 혹시 둘도 셋도 넷도 없는 내 당신 같은가? 당신 없는 이 세상은 아무도 의미가 없다고 짠, 짠, 짠하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를 향한 경완일 뿐이다. 향기 없는 위로는 사절이다. 차라리 짝 없는 짚신 쪽이 어울리겠다. 이런 말을 하고 있자니 정말이지 등신 같지만.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에 대한 의문은 끝나지 않는 듀스다. 듀스는 1993년 한국에서 데뷔한 힙합 가수다. 힙합이 핍박 받아 명박이다. 「B.B.K.」는 1994년 미국에서 데뷔한 록그룹 Korn이 불렀다. Korn은 회식 다음날 멤버 중 누군가 토했는데 옥수수가 쏟아져 나와서 정해진 팀명이다. 나는 어제 모래 한 사발을 토했다. 습관성 구토로 사르트족의 오아시스를 매워버렸다. 그들의 농사를 망쳐버렸으므로 그들이 내 목을 노려도 나는 반항할 생각이 없다. 이미 하늘은 나를 향해 닫혀 있다. 그리고 내 곁에는 사르트족의 칼날이 있다. ‘It’s time to die’야말로 신세계를 부르는 주문이다. 나의 실소유주는 신세계다.


신세계 백화점의 매출과 무지개 연못의 상관관계에 대해 인류는 무심했다. 미라솔 라솔 미레미 라레도 레도 라솔라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 이걸 읽고 나서야 아 그런 게 있었지, 해봤자 늦었다. 사실 태반이 모른다. 웃음꽃 대신 아름이의 슬픈 아픔만 홀로 피었다. 슬픈 아픔이란 나의 세상으로 가야 하지만 가지 못한 채 홀로 지는 저 꽃이다. 꽃은 산과 들 사이로 눈물 같이 진다. 아이, 유치하다. 용궁은 토끼의 세상이 아니어서 토끼는 육지로 돌아왔다. 이제 아름이는 용궁에 다녀온 토끼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내 말이 그 말이다. 멋진 신세계는 거짓말이었다. 헉슬리는 슬리퍼로 귀싸대기를 맞아야 한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나 두고 보자. 나는 분명 내 귀에 캔디가 꿈처럼 달콤했는데, 도비(dobby)처럼 자유롭지만 도비(徒費)되었다. 호그와트 출신이라면 다른 마법의 성은 눈에 들어차지 않을 것이다.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야 하는 건 고전적이다. 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으로 날아가다 승리가 떨어졌다. 바벨탑을 어슬렁대던 용이 대성통곡한다. 빵야, 빵야 빵야, 오늘 저녁은 용가리 치킨이다.


요즘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써야 한다. 첫째, 이카루스의 뼈로 만든 변종 소마 가루를 코로 흡입한다. 패배할 수는 있어도 좌절할 수 없는 환각이 보충된다. 약기운이 떨어지기 전에 어서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미세먼지가 낀 날처럼 목이 칼칼하다. 이 가루 스토리에 당신이 없는 건 우연이 아니니까 둘째, BTS를 군대에서 빼내야 한다. 역시, 구세계 잡화점이 필요하다. 신세계 백화점이 값비싼 구세계를 팔 듯, 구세계 잡화점에서는 시를 판다. 물론, 팔리지 않지만.


일단 주인장인 나미야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야겠다. 그는 하가시노 현 출생으로 게이로 살았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명의 게이가 하나로 모이면 캡틴 아메리카가 나온다고 했다. 나미야는 땅이었다. 흙냄새 나는 푸근한 인상에 무던한 사람이었다. 평생 나머지 네 게이를 만나지 못해 잡화점만 지키다 죽었다. BTS 멤버 중 한 명이 물이라고 했다. 헛소리하는 사람에게는 아가리에 다이너마이트를 물리고 Fire.


말이 나온 김에 아메리카노를 좀 마셔야겠다. 너도 한 잔 하며 천천히 음미하길 바란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에도 같은 시간 또 다른 세상이 있다. 너는 알 수 없는 아득한, 오랜 세월 속에 나를 가둬 놓았다. 거기에 BTS로 또 벽을 쌓아 올렸다. 당신이 나를 모르듯, 나는 BTS를 모르므로 나는 당신에게서 서서화 되기를 거부하겠다. (뻥이다.) 아무도 모르게 내 속에서 살고 있는 널 죽일 거다. 내 인생 내 길을 망쳐버린 네 모든 걸 없앨 거다. 이런 필승을 너는 모를 거다. 오늘도 오늘치의 모래를 토했다. 아메리카노로 입가심한다.




어린 왕자의 장미를 아는가? 바람 한 점 없어도 향기로운 꽃, 가시 돋쳐 피어나도 아름다운 꽃, 혼자 피어 있어도 외롭지 않는 세상만사 즐거움에 피는 꽃이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있는 동안 홀로 졌다. 슬픈 아픔 제1법칙, 홀로 지는 꽃은 눈물을 흘린다. 아무도 눈물을 보지 못한다. 어린왕자가 양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는 눈물 자국이 말라 있었다. 궁금하지 않은가? 내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어쩌면 너는, 이후 어린 왕자의 행보가 더 궁금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관심 없다. 순진무구로 위장된 뻔뻔한 어린 아이로 남거나 기껏해야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혹은 내가 되었다. 뭐가 되었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장미가 죽었다. 장미는 그냥 스칠 인연 한 번도 원한 적 없는데, 어린왕자가 수많은 장미들 중에서 왜 하필 자신을 택했는지 모른다. 장미의 죽음에 정화(淨化)는 없다. 그저 ‘2+2=4’처럼 객관적으로 소멸되었다. 그때 내가 하지 못한 말, I’m so sorry. 말하지 못한 말은 몸속에 쌓여 외로움이 석순처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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