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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1. 2017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 기쁨보다 더 중요한 이유

  지난 7월 15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학교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요)에서 우리 아이들과 <인사이드 아웃>을 관람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그냥 오락 애니메이션이긴 합니다.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가 쫓겨나고 일한 곳이 픽사였지요. 잡스가 디즈니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디즈니 애니의 성격과 퀄리티를 높이려고 만든 디지털 애니 제작사가 픽사입니다. 픽사 첫 작품이 토이스토리인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며 슈렉의 드림웍스에 상처받은 디즈니를 부활시킨 밑거름이 픽사 회사인 것입니다.
  토이스토리는 자본주의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를 위한 필수요건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한계 밑에서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도 미국 영화의 흔들림 없는 전통 "가족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사람의 뇌 속에 사는 다섯 감정이 제각각 작동한다는 상상이 매우 신선합니다.
  내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후기를 "대안교육 편지"에 올리고 싶었던 것은 한 가지 요소 때문입니다.  <인사이드 아웃>은 누구나 뇌 속에 있는 다섯 감정이 각각의 캐릭터 옷을 뒤집어쓰고 나옵니다.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이 그들입니다. 어린 라일리(초5학년 여자 아이) 머리 속 다섯 감정의 메인은 '기쁨'이고요. '기쁨'이가 나머지 네 감정들을 다독이면서 성장하는 삶을 이어갑니다. 관객에게 가장 걱정을 끼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게 하는 녀석이 '슬픔'입니다. '슬픔'이 손대는 기억은 모두 슬픈 기억이 되지요. 나머지 네 감정은 '슬픔'에게 항상 주의를 줍니다. 제발 나서지 말아달라고....

  진취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기쁨'이가 메인 캐릭터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만들어가지만, 라일리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고 위험에 처한 가족을 구하는 것은-'기쁨'이 그렇게 라일리와 가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슬픔'입니다.
  그때 저는 강렬한 느낌에 휩싸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슬픔'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슬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슬픔을 가까이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돌보는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슬픔'을 멀리합니다. 언제나 '기쁨'이 작동합니다. '버럭'이나 '까칠' 그리고 '소심'도 나타나지만 절대 '슬픔'은 원래 없었다는 듯이 행동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슬픈' 감정을 직면하고 직시해야 합니다. 바로 아이들 자신이 그래야 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아이 때문에 진즉 '슬픔'이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른 보호자가 '슬픔'을 직면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아이들 자신이 슬퍼하지 않으려면 '슬픔'을 안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슬픔'을 받아들여서 충분히 슬퍼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슬퍼하지 않기 위해 '슬픔'을 멀리하려고만 했지만, 결국 '슬픔'이 없을 땐 문제 해결의 동기도 없다는 것을 말해준 <인사이드 아웃>이 맘에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이 같이 보면 당일 대화거리가 풍성해질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시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추신) 엄마 뇌 속의 메인은 '기쁨'이 아닌 '슬픔'이라는 것, 아빠의 뇌 속 메인은 '버럭'이라는 설정이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201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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