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4
집 없이 호텔로 전전한다는 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트렁크 3개를 늘 가지고 다니고, 빨래 문제도 있고, 먹는 것도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그냥 떠나자 싶어 태즈매니아 동쪽 바닷가에 있는 마운트 윌리엄 국립공원에 가까운 마을에 있는 호텔을 3박 예약하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국립공원이니 빼어난 경치가 있을 것이고, 이번엔 제대로 바닷길을 오래 산책할 생각이었다.
일단 목적지는 Gladstone이다. 운전을 하고 1시간을 가서 간단한 아침도 먹을 겸 커피도 마실 겸 Bridport 마을에서 멈췄다. 이 마을에서 살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동네다. 갑자기 전화기가 울린다.
뭐라 말하는데, 대충 네가 준규냐, 너 집 구한다고 했지? 내가 집을 주겠다..... 이런 얘기다. 어제 집을 본 게 있어서 난 당연히 어제 본 집이 나와 계약을 하겠다는 건 줄 알았다. 땡큐를 연발하고, 차를 돌렸다. 호텔 3박 예약은 취소했다. 첫날 요금은 지불해야 한단다. 하지만 그게 대순가. 이제 집을 얻었으니.
알고 봤더니, 2주 전에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집을 구하고 싶은데 어려움이 있다고 카페 주인에게 하소연 했는데, 그 카페 주인이 연락한 것이다.
크레이들 국립공원 가는 길에 있는 곳이라 상당히 멀다. 더군다나 북동쪽 바닷가 마을 Bridport에서 가려면 2시간 반은 걸린다.
부지런히 달렸다. 결과는 매우 만족이다. 금요일에 입주하기로 하고 당장 갈 곳이 없어 크레이들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좀 걸을 생각이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이다. 할 수 없이 호텔부터 잡으려 했더니 빈 방이 없단다. 4계절 늘 예약 없이 방 잡기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 집도 생겼으니 부담스럽지만 럭셔리한 곳으로..... 리조트 숙소는 비싸지만 딱 한 개 집(방이 아니라 집 전체)이 남았다고 한다. 엄청 좋다. 아이들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준비해 간 책을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쏙쏙 머리에 박힌다. 긴 시간 독서하는 여유도 부렸다. 아이들은 큰 말썽이 없다. 지시에 잘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늘 배운다. 적지 않은 시간을 아이들과 기숙 형태로 지내고 있지만, 이번에 인연을 맺은 두 녀석들에게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 생활이 곧 질적연구다. 죽을 때까지 배우라는 팔자다. 진정한 상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