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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6. 2023

출발지 셍장에 도착하다

2023.4.25(화)

바욘의 아침은 비가 오락가락, 기온은 딱 적당, 공기질이 좋다. 아무리 공기가 좋아도 디젤트럭이 가까이 지나가면 꽝이다. 시골이 좋아좋아.

바욘에서 기차로 셍장에 도착했다. 12:35 출발, 13:40 도착

바욘의 bar에서 먹은 아침메뉴는 9유로에 빵과 크로와상 버터 잼 쥬스을 준다. 역시 프랑스 빵과 버터! 다르긴 다르네. 일본에서 허름한 시골의 밥집 조차 준수한 맛과 비주얼의 음식을 내어주는 것과 같이 프랑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내가 경험한 몇 유럽나라에서는 물을 꼭 사먹었는데, 프랑스는 기본으로 물은 제공하네. 모르고 생수를 주문ㅠ)

문제는 밥값인데…. 10유로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다.


셍장에서 먼저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보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배고프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그리고 아침 잘 먹었고, 뭐라도 한 게 없는데도 배고프다고 점심도 잘 흡입. 그래야 둘 다 쬐금 먹는 스타일. 안 먹으면 안 큰다. 반대로 먹어야 크는데 또래들처럼 먹질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허기가 가시면 숟가락을 놓는 스타일이다. 편식이 심하다. 최악인 것은 둘이 먹고자 하는 장르가 확연히 다르다.

오늘 저녁 먹기 전에 큰아이가 처음으로 배고프다며 짜증을 부린다. 먹는 걸로 짜증 부린 적 없었는데 이게 뭔일인가 싶다. 문제는 그게 5시40분이라는 거…. 셍장의 모든 레스토랑이 7시부터 저녁 메뉴를 제공한다. (프랑스 전역이 그런 듯)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을 가도 음료 말고 음식은 7시부터라고 안내한다. 그래서 어제 저녁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는 레스토랑이 몽땅 문을 닫은 거구나.

할 수 없이 바케트 사이에 하몽과 체다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를 사서 길거리에 앉아서 먹었다. 여자 선생님은 평생 처음 경험일 게다. 아이들이 장난치고 까불고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수많은 한국인 순례꾼들은 동정어린 눈빛이다.

(*지금 먹은 샌드위치는 걸으면서 매일 아침마다 먹게 되는 메뉴. 확실히 프랑스 빵이 부드럽고 맛있다. 스페인은 딱딱. 다행인 것은 둘 다 하몽을 잘 먹네. 하몽은 스페인이 한 수 위)

우리는 저녁 먹기 전 숙소에 체크인했고, 그전에는 필그림 안내소에서 순례꾼여권(크레덴시알)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대략 1시간반을기다려서 크레덴시알을 받았는데(1인 2유로), 작은아이에게 90분은 너무 길었던 것. 온갖 퍼포먼스를 통해 세계인의 마음에 깊은 각인을 심어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인도 여럿인데, 이제 한국인은 멀리서 우리가 보이면 슬쩍 다른 곳으로 가는 눈치다.

순례길 여권(크레덴시알)을 발급하는 셍장의 사무실. 크레덴시알이 없으면 알베르게에서 잘 수 없다.

통계를 보니 작년 한국인이 순례꾼 6위다. 비서구권에서는 단연 1위. 프랑스, 미국, 스페인, 이태리, 독일 다음으로 한국인이 카미노를 많이 걸었다. 코로나도 끝났으니 올해는 폭발적으로 늘 거다. 어린이는 (20세 미만) 우리 아이들 뿐이다.

우리가 선택한 셍장의 숙소는 다른 이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좀 높은 곳에 있는데, 그게 최고 장점이다. 뷰가, 뷰가….끝내준다. 공기도 아랫 동네와 다르다. 소음도 전혀 없어서 바깥 풍경을 보는 일만으로도 지친 어른들에게 위로를 준다.

50미터 떨어진 이웃 가정집 마당에서 백인 남자가 웃통을 벗고 멍하니 앉아있길래 말은 붙였다. “니 집이가? 와 집 좋다“ 했더니 아니라고, 가족과 한달살이 하러 왔다고 한다. 아….나도 나도!! 여기서 한달살이 하고 싶네^^

숙소 시설이 깔끔하고(방이 크지는 않다) 침대도 4개라 아주 만족. 아이들이 좋아하면 좋은 숙소다.(우리 아이들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여행이 쉽지 않네)내일부터 알베르게를 이용하는데, 아이들 반응이 불을 보듯 훤하다. 내 눈에는 우리 아이들은 안쓰럽기만 하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좋은 경험하는 것이라 여기고…. 시차를 위해 빨리 재운다. 

내일부터 힘들어질거야.

아침 7시 예약이고, 8시에 장도에 오를 예정.

https://youtube.com/shorts/0Fc5d4rxofg?si=XIgJjxBvGVNZoh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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