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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나무 Aug 04. 2017

어려운 대답

교사→학생의 방향은 우주의 소멸로 가는 길

  지난주에 경기도에 있는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두 학교와 접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공통적인 질문이 있었고요.
  "학교폭력이 심각합니다. 일반학교보다 더 하다는 느낌입니다.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해법이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박동섭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박동섭 선생님은 "두루두루이런저런사회문제연구자"라 할 수 있는데 세속적 표현이라면 교육심리학 박사에 전직 대학교수님이고 현직 이동연구소 소장입니다. 아마도 지난 5년 동안 전국 구석구석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교육청, 지역교육지원청, 단위학교, 연구모임, 교사 동아리에 불려 가 구라를 풀었습니다. 특히 해마다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방한 때 통역을 맡고 있습니다. (본인이 읽은 우치다 책을 세어 보니 95권이라고! 허걱~)
  매번 박동섭쇼 말미에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는 겁니다. 
  "선생님 말씀 감동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일부터 제가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기-승-전-"무엇을 어떻게"가 된다는 것입니다. 박동섭 선생님은 그러면 참으로 대답하기 난감하다고 토로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어떤 해법으로 아이들을 만나왔냐고 물어오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내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그렇습니다. 대답을 우물쭈물하면 별 해법 없이 지내온 것 같고, 뭔가 맥락을 가지고 말하려고 하니 어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단 말입니다.
  그래도 대답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왜냐면 내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의 학생을 모집하려면 반드시 제기되는 부모의 위와 같은 질문(What, How?)에 대답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럼 제 대답을 한번 들어보시죠~
  아래 함수 그림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y=f(x) 함수에서 x 값의 집합을 정의역(domain)이라 하고, x에 대한 상(相), 출력 값의 집합을 치역(range)이라고 합니다. 치역은 공역(target set)의 부분집합입니다. 정의역의 어떤 원소도 출력 값이 없으면 안 됩니다.(2번 그림) 정의역의 한 원소가 두 개 이상의 출력 값을 가져도 함수는 성립하지 않습니다.(1번 그림) 
  하지만 정의역의 각 원소가 모두 같은 출력 값을 가지는 것은 가능합니다.(3번 그림)



  자, 교사는 정의역일까요? 치역일까요? 공교육은 정의역에 교사가 있습니다. 교사의 행위(함수 프로세스)로 출력물인 학생을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그것은 틀렸습니다.(“다른 것”이 아니고 이 문제는 “틀린 것”) 교사는 치역에 있습니다. 정의역은 학생입니다. 따라서 한 명의 학생도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 학생은 각기 다른 멘토를 찾아갈 수 있지만 한 사람의 멘토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과 접점이 없는 멘토도 있습니다.(치역이 아닌 공역에 존재하는 원소)
  어떤 함수 f(x)에 x값(학생)으로 1,2,3을 넣어도 출력 값이 모두 a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1,2,3은 서로 다른 값(개념/가치)입니다. 그러나 모두 A에 수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A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서로 다른 모양, 크기, 가치, 개념의 1,2,3이 다가와도 모두 A로 출력돼야 합니다. 그럴 때 함수 f(x)는 어떤 프로세스(교육과정)를 작동하는 걸까요. 이걸 f(x)=ax^2+bx+c로 나타낼 수 있나요. 이건 f(x)=A로 나타냅니다. 일단 1,2,3 모두를 A가 받아낸다는 것입니다. 1,2,3 모두에게 A로 변형시키는 프로세싱은 없습니다. 단지 A가 모두를 속으로 품는 수밖에 없습니다. A의 뱃속에 들어간 1,2,3은 A의 겉모습으로만 외형화 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소화 흡수돼서 A의 피와 살이 되고, 결국 완벽한 A가 됩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는 치역에 있는 A와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품습니다. 황희 정승 일화와 비슷합니다. "네 말도 맞고 또 니 말도 맞는구나" 뭐 이런.....
  굳이 프로세싱을 말한다면 "시간"입니다. 품고 속이 아파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콕콕 찌르는 놈이 있어도, 속을 긁는 놈이 있어도, 딱딱해서 좀처럼 녹지 않는 놈이 있어도 참고 견디는 시간을 참아내는 용기와 내공이 필요합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린이 청소년은 정의역에 있는 x값이라는 것!!! 따라서 함수의 작동은 x에서 출발해서 y로 수렴된다는 것!!! 즉 x→y라는 것~ 


이것이 y→x로 거꾸로 되면 우주의 소멸입니다.

추신) 1번 그림=a학생의 내적 분열. 2번 그림=c학생의 소외 (201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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