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 Fi 이야기
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곡을 시작으로 송출을 시작한 MTV는 1980년대 이후 음악을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습니다. 이는 각 가수의 화장법과 의상, 춤, 심지어는 악기까지 바꾸는 역할을 했는데요. 오늘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아니 조금 과장을 하자면 MTV를 자기네 광고 채널로 만들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했던 Jackson과 Charvel의 기타에 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글 | 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Jackson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Charvel 이라는 기타 브랜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Charvel의 창업주인 Wayne Charvel은 원래 Fender에서 기타 도색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기타 수리점을 차리고 부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아직 앨범을 내기 전의 Eddie Van Halen이었죠.
Eddie는 Charvel에서 산 바디와 넥을 조립하고, 직접 도색하여 기타를 만듭니다. 그 기타가 지금까지도 Eddie Van Halen을 상징하는 기타인 Frankenstrat이라는 기타죠. 지금까지도 기타 연주의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을 받는 Van Halen 1집의 폭발적인 성공과 더불어 Charvel 기타 역시 엄청나게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기타 히어로가 Charvel의 공장을 찾아옵니다. 그는 바로 Ozzy Osbourne의 기타리스트인 Randy Rhoads. 그는 Ozzy Osbourne의 두 번째 앨범 녹음을 위한 기타가 필요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타가 그를 상징하는 플라잉 V인 "Karl Sandoval Polka Dot"이라는 기타이죠. 유튜브에서 'Mr. Crowley' 라이브 연주를 찾아보시면 Randy Rhoads가 연주하는 기타가 바로 그 기타입니다.
Randy Rhoads는 여기서 더 나아가 플라잉 V의 한쪽 날개를 짧게 자른 기타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타가 "The Concorde"라는 기타죠. 하지만 Charvel에서는 너무 파격적인 디자인이기에 이 기타를 Charve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기를 꺼려했고, 결국 이 기타는 Charvel이 아닌 Wayne Charvel의 동업자 Grover Jackson 이름을 따서 Jackso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됩니다. 이 기타가 바로 Jackson의 시작이었죠.
이후 "The Concorde"의 한쪽 날개를 더 짧게 만들고, 핑거보드에는 Jackson의 상징과도 같은 샤크 핀 인레이를 새겨 넣은 기타를 만들었습니다. 그 기타가 바로 Jackson을 상징하는 기타인 RR-1 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기타로 녹음한 앨범이 그의 유작 앨범이 된 [Diary Of A Madman]입니다. Ozzy Osbourne의 1집 앨범인 [Blizzard Of Ozz]가 워낙 임팩트있는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기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Ozzy Osbourne의 공연에선 이 앨범의 수록곡들이 빠지지 않고 연주될 정도이니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한 앨범이라 할 수 있겠죠.
Ozzy Osbourne [Diary Of A Madman]
Jackson 기타의 특징을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하면 던컨 픽업과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 정도를 말할 수 있습니다. Jackson은 Def Leppard의 Phil Collen이나 Iron Maiden의 Adrian Smith 시그니처 모델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타가 Seymour Duncan사의 험버커 픽업을 사용하는데요.
Duncan사의 픽업은 Gibson에서 처음 만든 험버커 픽업인 PAF 픽업에 비해 출력이 강하면서도 중저역대가 강조되어 강력한 배킹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헤비메탈에 최적화된 픽업이죠. 여기에 플로이드 로즈 방식의 브리지는 펜더의 브리지에 비해 훨씬 강하게 아밍을 할 수 있기에 헤비메탈 기타 테크닉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특징을 하나로 모은 게 "슈퍼스트랫"이라는 기타이고, 그 슈퍼스트랫의 시작이 Charvel, 그리고 그 전성기를 이끈 게 Jackson이었죠. 지금도 Jackson의 Soloist나 Dinky 같은 모델은 헤비메탈용 슈퍼스트랫으로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 Jackson의 기타가 얼마나 획기적인 기타였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런 이유로 1980년대를 풍미했던 헤비메탈 기타리스트들은 너도나도 Jackson의 기타를 사용하여 MTV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가수는 Michael Jackson이나 Madonna가 아니라 Jackson의 기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고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 있는데요. Ronnie James Dio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기근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인 Hear 'N Aid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있었습니다. Quincy Jones와 Michael Jackson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USA for Africa의 헤비메탈 버전이랄까요? Ronnie James Dio의 그룹이었던 Dio는 물론이고 Judas Priest, Iron Maiden, Quiet Riot, Dokken, Mötley Crüe, Twisted Sister, Queensrÿche, Blue Öyster Cult 등등 1980년대 중반에 잘나가던 헤비메탈 팀은 모두 볼 수 있는 이 프로젝트 그룹의 영상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기타가 Jackson과 Charvel의 기타입니다.
그렇다면 Jackson 기타의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앨범은 어떤 앨범일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Megadeth의 [Rust in Peace] 앨범이 아닐까 싶은데요. 기타에 관해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자 독불장군으로 유명했던 Dave Mustaine이 Jackson King V라는 모델을 사용했고, 좀처럼 남을 인정하지 않는 Dave Mustaine의 팀에 새로 들어오자마자 Megadeth의 기타 솔로를 칠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선보였던 Marty Friedman이 Jackson Kelly라는 모델로 역사에 남을 명곡들을 만들었죠.
안타깝게도 멜론에서는 이 앨범의 고음질 음원은 서비스하고 있지 않지만 이 앨범, 그중에서도 'Holy Wars... The Punishment Due'와 'Tornado of Souls'은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잘나가던 Charvel과 Jackson이었지만 너무 많은 개발비 투자에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기타를 만들다가 결국 일본 회사에 브랜드를 매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본 회사는 제품의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Jackson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려 했고, 그랬기에 원가 절감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기타를 만들기 시작했죠. 결국 헤비메탈 기타의 왕좌 자리를 ESP에게 넘겨주며 Charvel과 Jackson은 몰락했고, 이 브랜드는 다시 Fender에 흡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