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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Aug 22. 2017

그 많던 구멍가게는 누가 다 먹었을까?

신세계의 골목상권 침투작전 '이마트24'

최근 신세계는 계열 편의점인 위드미의 이름을 이마트24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저렴한 가맹 수수료를 무기로 야심차게 출발한 편의점 위드미가 CU, GS25, 세븐일레븐 등이 과점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다. 가맹점주와의 상생 의미를 담은 'with me'를 버리고 강력한 이마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단 것. 훌륭한 브랜드 전략의 이면에는 신세계의 SSM 출점전략이 숨어 있다.


대형마트의 소형 버전인 슈퍼슈퍼마켓(SSM)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어 소비자는 이익이었지만 수많은 소상공인에게 위협이 됐다. 이른바 '구멍가게'로 불렸던 많은 소매점 주인들은 정부지원 하에 '나들가게'라는 이름으로 SSM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2010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끝에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SSM의 골목상권 출점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결국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의 SSM은 발이 묶였다.


이후 지난 7년간 우리네 골목에 나타난 변화는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 많던 구멍가게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편의점들이 문을 열었다. 소매점 주인들은 편리한 물류 시스템과 마케팅 파괴력을 가진 편의점의 가맹점주가 됐다. 대기업 자본의 골목상권 침투를 막으려 법까지 만들었는데 결국 GS, 롯데, BGF 등 대기업 자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직영점이 대부분인 SSM에 비해 가맹점 형태로 소상공인의 설 자리를 보장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이후 편의점 산업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해 현재는 시장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2010년 통과된 상생법의 결과를 냉정하게 살펴보자. 소상공인들의 일자리는 지켜졌고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 경우도 많다. 편의점 제품의 가격이 구멍가게보다 높았고 본사의 마케팅 파워가 강력하기 때문.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훨씬 비싼 편의점 제품을 살 수 밖에 없어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었다. 소비자들의 초과 지불분은 대기업에 흘러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게 상생법의 결과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이마트24를 환영한다. 이마트24가 편의점의 옷을 입었지만 사실상 SSM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3강으로 굳어진 편의점 판도를 바꾸기 위해 가격 할인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가맹점주들한테 낮은 가맹 수수료를 받은 것처럼 소비자들에게도 저렴한 상품을 제공할 것이다. 이마트24에 이마트 PB상품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을 입점시킨 것이 그 증거다. 저렴한 상품 가격은 구멍가게를 위협했던 SSM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그간 편의점 업계는 담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가격경쟁이 없었다. 신규 출점 경쟁이 치열했을 뿐이다. 이마트24가 편의점 업계의 메기가 돼 팍팍한 서민 소비자의 삶을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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