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 전염은 무조건 반사가 아닌 데이터 학습의 결과
최근 생후 5개월 된 딸아이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하품의 전염이 어린 아기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데이터 학습이 덜 된 딥러닝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하품 전염은 옆 사람이 하품을 하면 그걸 본 사람도 자동으로 하품을 하게 되는 현상이다. 학교나 직장에서 한 사람이 하품을 하면 주변 사람 여럿이 도미노처럼 하품을 하게 됐던 경험을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하품을 하는 사진이나 심지어 '하품'이라는 단어만 봐도 하품을 하게 된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중에도 하품을 하게 되는 사람이 필경 몇은 될 것이다.
하품 전염의 이유는 뇌 속의 거울뉴런 때문이다.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보고 마치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신경세포의 일종이다. 남이 주사를 맞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내가 바늘에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 여름에 겨울코트를 입은 사람을 보면 내가 덥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거울뉴런 때문이다. 일종의 감정이입 세포인 거울뉴런은 운동영역 뿐만 아니라 감정, 감각, 심지어 의지의 영역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울뉴런은 공감능력의 원천이다. 보는 것만으로 타인의 고통,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 상태를 마치 내 일인양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돕게 만든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만들어준 중요한 특질이다. 현재까지 거울뉴런은 인간, 원숭이 등 영장류에게서만 발견됐다.
내가 딸아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거울뉴런이 선험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5개월이 다 되도록 내가 하품하는 것을 보고도 따라하지 않고 있다. (아빠 닮아 고집이 제법 세다.) 10번이 넘도록 시도해 봤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아기의 하품에 나는 전염되지만 내 하품에 아기는 전염되지 않고 있다. 하품의 전염이 무조건 반사와는 다른 후천적 학습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다. 아직 하품이라는 행위와 그 느낌에 대해서 충분한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 매주 실험을 통해 아기(인간)가 언제부터 하품 전염에 걸리게 되는지를 알아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