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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ou Sep 23. 2015

골목 마다...마크로스코

무늬모으기 #5



가을이라는 이름의

이 계절을

온가족이 함께

타고 가고있다


서로 붙들어매고

가줘야

한명이라도

떨어지지 않고

무사히 지나갈수 있다


그래서


가끔 퇴근길에

집근처까지 다 왔음에도

불구하고도 들어오지않고 ..


또 하루지나가는 아쉬운 가을밤을

잠깐 잡아두고 싶어하는

남편의 데이트신청을


조금 귀찮은 맘이 생기더라도

받아준다


"가을 이니까 ...."  라는


대단한 이유가 분명히 있으므로

아이들까지 함께 말이다


특별할것도 없다

새로생긴 사거리떡볶이집 에서

배부르게 ..야식을 먹거나


작은동네 까페에서

오늘하루를 무얼하고 보냈는지.. 등의

서로의 일 이야기


요즘엔 무슨영화가 재밌다던데 ..

요즘 난 이음악만듣는데 .. 들어볼래?

데미안라이스 공연한데 예매할까봐

등의 소소한 감성이야기


아님 그냥그런

저녁엔 제법 쌀쌀해 ...하는 날씨이야기


낼아침 머먹을까?  사소한이야기 ...


녀석들은 우리가 그러는동안

내눈엔 어른흉네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다리를꼬고 고구마라떼를 홀짝거리며

옆테이블에 앉아있다






조금있으니

누나는 노트에 여느날과 다름없이
그림을 그리고

동생녀석은  이테이블 ...저테이블 ...
팬써비스를 돈다

이렇게
그의 시간 ..과

나의 시간..과
그리고 아이들의 시간 으로

가을밤이라는 캔버스에

작은 점을 또 한번 찍어두고서
돌아오는 길엔


삼학년이나 되는 딸아이를
또 업고온 남편이다 ..
자꾸 버릇되면 어쩔려구 하다가도
그냥 둔다


누나를 부러워하지않고
당연한듯 보는 아들이 대견해
볼을 콱!! 깨물어 버린다


손잡고 찬찬히 걸어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가로등불에 비친

과속방지턱의 무늬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같다



비가 와 씻기고
바람이 불어 깍이고
눈과 함께 벗겨져서 ...

칠이

참 자연스럽게  

세월을 담았다


길을따라 가보니

후훗...골목마다 한두개쯤은

전부 로스코의 작품이 있다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아들녀석이 뛴다



아파트 안까지 들어왔으니
걱정없어..
그냥 내버려둔다

딸아이와 가을남자는 이미 집으로 들어가고 ..
나는 천천히 걸어간다

어둑한 아파트 담벼락이...참 운치있다

엔틱한 골드빛의 자가드같다





칼라가 단계별로 점점

카키빛이 진하게 물들여진
스트라이프무늬도 보인다





삭막한 시멘트나 벽돌도

가을밤이 뿌려준 가루가

곱게 내려앉으니 ...


그냥지나쳐지는게 없다



저만치 아들녀석이 있다
머해 ?? 하니...

가까이에 있는 달빛같아서

보고있어요


예쁘지 않아요 ?

라고 말한다


응 ..예쁘네


근데 그러고 있는
니가 더 예뻐 ...


그리고

오늘 우리가 함께 그린 이 가을밤이

더 예뻐...





들어가자 ..

우리도 ....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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