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헤맨 끝
스몰웨딩을 계획하며 가장 고민한 지점은 역시 밥이었다. 공장식 결혼식장의 좋은 점이 식부터 식사까지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스몰웨딩의 단점은 대부분 음식을 고민해야, 그것도 불안을 가득 안고 결정해야 한다는 거다.
초대할 하객은 20명에서 30명 남짓. 내가 결혼을 하기로 한 결혼식장은 밥은 제공하지 않는, 케이터링을 따로 불러야 하는 곳이었다. 대표님이 케이터링 업체 몇군데를 추천해주셨지만, 생각보다 후기가 많지 않아 걱정이 됐다. 이건 단 한번으로 끝나는 이벤트고, 만에 하나 잘못된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다. 나는 되도록 안정적인 곳, 믿음직한 곳을 고르고 싶었다.
처음으로 생각한 건, 후기가 많은 근처의 식당들이었다. 나는 이잡듯 주변 식당 곳곳을 뒤졌다. 메뉴부터 리뷰, 주차장, 영업시간 등 꼼꼼이 체크했다. 일부 식당은 직접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주차장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식당으로 가는 안은 삭제하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는 도시락을 고민했다. 꽤 괜찮은 도시락이라면, 어차피 오는 하객들은 모두 가족이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업체를 찾아봤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혼식에 도시락은 아니라는 의견에 이 안도 금방 접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간식만 준비하고 식비를 봉투에 넣어드리는 것. 지금 생각해보니 왜 이렇게까지 케이터링을 믿지 못했는지 싶은데, 그때는 케이터링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묘안을 냈던것 같다. 1인당 10만원은 잡아야하는데 블로그에 보이는 음식의 퀄리티는 약간 고민하게 만들었다. 공장식 결혼식장과 비교하면 안됐는데, 나는 참 욕심이 많아서 자꾸 '거긴 서울에 8만원짜리인데도 엄청 잘나왔는데...' 이런 생각에 다른 꼼수를 찾았다. 실제로 기존 결혼식장의 뷔페는 케이터링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고, 10만원 짜리라고 해봤자 기존 결혼식장의 중저가 뷔페와 비슷해보였다. 그러니 차라리 식대 봉투를 드리는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앞서 서술했듯, 케이터링 업체에 대한 신뢰가 들지 않았다. 후기가 너무 없었고, 심지어 저 업체가 지금 운영을 하는지 안하는지도 인터넷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안을 다 포기한 나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식장에서 추천해준 업체에 한곳 한곳 컨텍을 해 보았다. 출장비와 식비, 세금을 포함해 적어도 7만원, 많으면 11만원까지 견적이 뽑혔다. 너무 많은 고민에 지쳐있던 나는 그나마 블로그 포스팅이 많고 보기에도 좋아보이는 곳, 그리고 약간 저렴한 곳과 계약을 맺었다. 당연히 기대감은 조금도 없었다. 결혼식이라는 것이 어차피 이런저런 보여지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니 그냥 버리는 셈치고 하기로 했다.
결혼식 전에 피팅을 하러 갔던 날, 나는 대표님께 ㅇㅇ업체와 계약했다고 말하며 밥이 모자랄까 고민이라고 말씀드렸다. 대표님은 잠깐 기억을 떠올리더니, 거기가 제일 넉넉하게 준비해 준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 그래도 음식이 부족하진 않겠구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D-DAY를 기다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외로 음식은 대만족! 호텔식으로 예쁘게 나온건 아니었지만, 생화와 함께 놓인 케이터링 음식들은 보기에도 좋았고 맛도 엄청 맛있었다. 식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남편과 함께 밥을 먹었는데 특히 갈비찜이 야들야들하고 맛있어 깜짝 놀랐다. 다른 분들도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그리고 아깝게도, 음식은 워낙 넉넉했던 터라 많이 남았다. 고기와 채소, 해산물과 디저트류가 적당히 어우러진 꽤 괜찮은 케이터링. 순간 내 긴 고민과 고뇌가 '왜 그랬지' 싶을 만큼 무의미해졌다.
생각해보니 식장에서 추천해준 업체들은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데이터가 쌓였으니 추천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의심이 많은 나는 쉽게 믿지 못했다. 후기라도 많았다면 안심했을텐데 그마저도 거의 없다시피하니 어디에 의존해야 할지 몰랐다. 자포자기로 한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되었지만, 다시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면 나는 또 똑같이 반복할것 같다. 그래도 다들 만족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후기를 찾아보며 얻은 정보. 하객이 10명 이내라면, 그 분들이 대부분 가족이라면 식당이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번에 이동하기 어려운 정도의 수라면 저처럼 편하게 케이터링을 신청하시길. 나는 인당 7~8만원 정도에 계약을 했고, 하객수는 관계없는 듯했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그렇게 싱겁게 끝났지만, 만약 결혼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식장의 추천을 한번 믿어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