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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하객들은 어디서 묵어야 하나

by 조여름



제주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하면 꽤 낭만적이지만, 그 대신 결혼식보다 '손님 챙기기'를 더 신경써야 한다. 기본적으로 다들 숙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서 주무실 것인지, 비행기 표는 예매했는지, 그날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신경써야 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가족을 포함한 최소한의 하객만 초대했기에 그 규모가 20명정도였고,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우선 가족들은 결혼식 근처에 큰 숙소를 한꺼번에 빌려 묵게했고, 지인들에게는 속소를 예약해줄지 물어본 다음 숙소비를 주거나 숙소를 잡아주거나 했다. 대략 한 팀당 20만원 정도씩 지원했다. 지인들은 극구사양했지만, 비행기값만해도 20만원이 넘어가는데 렌트카며 숙소비까지 하면 내 결혼식에 오는것 때문에 50~100만원이 훌쩍 넘을 터였다. 오는김에 관광을 한다고 해도 어찌됐든 내 결혼식때문에 연차를 쓰고 시간을 낸건 사실이니까.


제주도 숙소는 크게 4가지 형태로 나뉜다. 깔끔하고 고급스럽지만 가격이 높은 감성숙소(15~50만원선), 규모가 큰 호텔(5만원~30만원선), 그리고 가성비가 좋은 가족용 펜션(18~50만원선)과 게스트하우스(2만 5천원~20만원선) 등이다.


감성숙소는 보통 기준인원이 2명이고, 최대인원도 4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커플에게는 좋지만 가족 단위의 숙소로는 부적합하다. 가격도 상당한편. 몇몇 숙소들은 깔끔하다고는 하나 30만원이 훌쩍 넘어 굉장히 부담스럽다. 결혼식 하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간간히 저렴하면서도 4인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은 2인 기준으로 1인 추가당 돈을 더 받는다. 나는 이런곳을 한군데 찾아 10만원 후반대로 예약했다. 흔한 경우는 아닌것 같다.


규모가 큰 호텔은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숙소부터, 시설은 좀 낡았지만 가성비가 매우 좋은 숙소까지 다양하다. 2인, 3인용 객실이라 해도 10만원 이하가 많았기에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함덕쪽에 있는 숙소를 생각했지만, 그래도 결혼식장과 가까운게 좋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 대신 결혼식 후 가족들이 머무는 속소로 가격도 저렴하고 바다가 보이는 큰 호텔을 선택했다.

비치스테이.jpg 내가 예약했던 호텔의 6월 주말 조식포함 가격. 숙박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해주었다. 함덕 B호텔



가성비가 좋은 가족용 펜션은 잘 찾아보면 상당히 깔끔하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조리와 세탁이 가능한 곳이 많다. 한달살기 용으로도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나의 경우 가족용 숙소로 결혼식장 근처의 가족용 펜션을 구했는데, 상당히 깔끔하고 방과 거실이 넓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많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추천한다. 4인 기준 10만원대 후반, 6인기준 20만원대 중반에 예약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당연히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한명씩 오는 지인에게는 게스트 하우스 안에서도 혼자서 쓰는 독립된 방을 예약해 주었다. 말이 게스트하우스지 사실상 따로 떨어진 곳이라 독채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가격은 135,000원 정도여서 저렴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퀄이 괜찮았다.


그 외에 알아서 숙소를 구하겠다고 한 하객들은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연수원이나, 작은 게스트 하우스 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동선짜기에 좋다면, 그런 선택도 좋아보였다.


다행히 하객들이 모두 숙소에 만족했고, 편히 쉰 덕분에 좋은 컨디션으로 식에 함께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제주의 숙소에 대해 딱히 알아볼 일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리저리 알아보면서 저렴하고 괜찮은 숙소가 많다는걸 알게 됐다. 유명한 관광지 근처나 이름있는 숙소는 비싸지만, 조금 들어간 시골마을이나 아니면 아예 시내에 있는 숙소들은 가성비 좋고 깔끔하며 세련된 곳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신혼여행 가기 전에 이용했던 번화가의 숙소가 매우 맘에 들었었다. 가격은 8만원 정도로 꽤 저렴한 편이었다.(서울은 모텔이 대부분 1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물론 그 정도 가격이면 깔끔하거나 세련되길 바라지는 못한다.)


67d7d0751b26f3.68461010.jpg 생활숙박시설을 이용해 운영하는 곳인데 굉장히 깔끔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넓어서 좋았다. 노형의 S숙소



물론 이 숙소들을 찾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 골라내긴했다. 어디서 묵었는지 적어두고 싶지만 광고처럼 보일까봐 두었다. 다만, 후기가 괜찮으면 웬만으면 만족스러울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제주는 관광도시답게 전반적인 퀄이 높으면서 가성비는 좋은 숙소가 많다. 자는건 상관없다 싶으면 5만원대도 있고, 한없이 눈을 높이기 시작하면 30만원은 훌쩍 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육지보다 괜찮은 곳이 많으니 고민하지 말고 후기가 좋은 곳을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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