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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름 Dec 18. 2016

내가 '도깨비'를 보는 5가지 이유

서른의 나는 왜 주말을 기다려 도깨비를 보는가

ㅡ사진 tvn홈페이지


 Tvn의 금토 드라마는 어느샌가 믿고보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예고를 볼때는 항상 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들은, 오히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그널 이후로는 계속 그랬다. 디어마이프랜드도, 굿와이프도, 심지어 정말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K2까지.

 

 그 중 도깨비는 유일하게 예고편부터 나를 설레게 했던 작품이다. '반드시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도깨비를 찾아보는 여자들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의 친구들 대부분은 도깨비에 열광하고, 챙겨보고 있었다. 도깨비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다들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도깨비의 매력을 5가지정도 꼽아 보았다.




 1. 판타지 

 말 그대로다. 도깨비는 판타지다. 현실이 아니라는 소리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등의 요소들만 판타지가 아니라 드라마의 배경도 자세히 보면 완벽하게 판타지다. 키크고, 돈 많고, 인성좋고, 심지어 여자주인공을 아낀다. 극중에서 여자주인공만이 생계를 걱정하지만, 그 마저도 완벽한 신적 존재인 도깨비 덕분에 탄탄대로로 해결. 나중에 뭐 먹고 살아야할지 걱정인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현실의 우리는 가볍게 문을 열고 캐나다로 갈 수 없다. 그러나 도깨비에는 우울한 현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걱정들일랑은 벗어두고 힘과 재력이 있는 도깨비와 주위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며 묘한 쾌감을 느낀다. 현실의 우리는 힘이 없고, 그래서 항상 굽신거린다. 하지만 도깨비를 볼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남루함이 잠시나마 보이지 않는다.


 2. 아저씨

 여자들에게 '아저씨'는 두가지 이미지가 있다. 첫째는 일상에서 흔하게 보이는 평범한 '나이많은 남자 어른'으로서의 아저씨이고, 둘째는 '키다리 아저씨'의 이미지로서의 아저씨다. 고등학생 즈음때부터 여자들의 마음속에 은근히 자리잡은 후자의 '아저씨'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서 불안정한 나를 보호하고 잡아주는 존재이다.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심리도 아마 이에 해당할 것이다. 또래처럼 칭얼대며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서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단단하지 않은 우리에게 이런 '아저씨'의 존재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판타지이자, 로망이다. 우리는 아직도 열아홉 여고생때처럼, 스물이라는 완전수에 다다르기 직전처럼, 여전히 자신이 없는것이다. 서른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그런존재가 어디에선가 나를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3. 사랑을 믿다.

 우리가 모든 드라마를 보는 이유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계속 믿어나가기 위해서, 혹은 드라마에서라도 사랑을 믿기 위해서.

 이후로도 계속 사랑을 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을 믿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사랑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하고 쓸쓸한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4. 권선징악

 도깨비가 다른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이 '권선징악'의 요소가 두드러진다는 점일 것이다. 저승사자, 도깨비, 삼신할매의 등장은 현실의 업이 현실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권선징악에 대한 믿음은 사람을 안정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나만 손해보고 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으로부터, '현실에 타협하고 살고 싶다'는 유혹으로부터 차단해 우리를 건강한 자아로 성장하게끔 지켜준다. 우리가 배웠던것들, 우리가 믿었던것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는 일이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할 수 있도록. 음... 건강한 자아를 충전받는 느낌이랄까.  


 5. 화양연화 

  도깨비는 영상미가 좋다. 연출이 정말 좋다. 한컷 한컷이 화보다. 그래서 아름답다. 거기에 도깨비의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킨다. 도깨비는, 시작부터 매 화가 '화양연화'다.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  반복되고 지친 일상을 가진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해준다. 지금이 화양연화니까 놓치지 말라고. 도깨비의 운명이 우리의 운명과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고. 우리의 마지막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므로. 우리의 일상을 드라마 도깨비처럼 아름답게 연출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몫일것이다.


 



+ 관심있는 남자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쉽게 공감해 주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는 철없는 여자처럼 보이나보다. 잘생긴 남자도 나오고 재벌도 나오고 슬픈 상처도 나오니 그렇고 그런 뻔한 신파처럼 봐도 무리는 없겠지. 관심있는 남자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서른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모르겠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100배는 더 복잡해서, 쉽지 않다. 정말. 현실의 연애도 드라마처럼 감정선이 심플하면, 얼마나 편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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