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는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을 위한 소비재다
조작된 과거
고대나 중세는 근대의 의도/기획에 따라 ‘조작’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 조작되었다. 오퍼레이터에 따라 늘 새롭게/다르게 조작/해석된다. 신화는 따라서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름다운 과거는 현재의 사회적/개인적 심리 상태의 반영이다. 인간은 늘 그때 그때를 살고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을 현재 이외에 시간에서 찾는다. 과거와 미래는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을 위한 소비재다.
근대는 집단적/사회적으로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한 첫 시기다. 의식은 무의식을 분리시키고 시간을 파편화 시킨다. 과거는 역사 또는 신화로 포장되면서 무의식 세계로 편입되고 현실적 욕구가 있을 때만 순간적으로 동원된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신화와 같이 가공의 세계다. 현재를 위해 동원된다는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미래와 신화는 같은 개념이다.
따뜻한 과거는 따뜻한 미래고 불안한 현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늘 또는 대부분 불안하기 때문에 과거는 추억으로 가공되어야 하고 미래는 가능성으로 포장되어야 한다.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 이 그 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도처에 즐비하다. 아니, 사실상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시간은 시간을 의식하는 존재의 자기 인식의 세계다. 의식은 불안전한 기억의 네트워크 속에서 희미하게 존재한다. 중간중간 끊어진 네트워크를 잇는 것이 조작된 미래와 가공된 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