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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pr 08. 2019

혁명가 바울에 관한 일차 보고서

첫 번째 바울의 복음. 존 도미닉 크로산,  마커스 보그 지음


존 도미닉 크로산의 저서 '역사적 예수'를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바울에 관해 관심이 생겨 여러 책을 읽었다. 그러던 차에  어느 신문 광고에서 이 책을 선전하길래 구매해서 가방에 넣고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무슨 책이든 처음 읽기 시작했으면 쭉 읽어나가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절감했다. 이 책 사서 처음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을 때까지 무력 4개월이 넘게 걸렸다. 다 읽고 나니 처음이 생각 안 나 다시 첫 장부터 보기 시작했고 이제 간신히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결론은 너무 심플했고 또 그만큼 신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울은 예수의 제자 정도가 아니라 제국 로마와 맞짱 뜬 시대의 혁명가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 바울이 혁명가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저자들은 바울의 모든 저서들을 면밀하게 검토했고, 아주 재미있고 충격적인 주장을 한다.


(저자들은) 바울이 쓴 것으로 되어 있는 13개의 편지들을 세 그룹, 즉 (1) 바울이 쓴 편지들, (2) 바울이 쓰지 않은 편지들, 그리고 (3) 그 저자가 불확실한 편지들로 나눌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p 24


(1)은 로마서, 고린도전서, 고린도 후서, 데살로니가 전서, 갈라디아서, 빌립보서, 빌레몬서  7

(2)는 디모데전서 디모데 후서, 디도서 3

(3)은 예배소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 후서 3


저자들은 (1)의 저자 바울을 급진적인 바울 Radical Paul, (2)의 저자 바울을 보수적인 바울 Conservative Paul, (3)의 저자 바울을 반동적인 바울 Reactionary Paul이라고 저자들을 명칭 한다.


결국 이 책의 목적은 급진적 바울의 서신들을 통해서 바울의 사상을 분석, 설명한 후에 바울이 결코 반동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문헌학적으로, 비교문화학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 논증한다. 첫 번째로 선택된 서신은 빌레몬서다. 이 서신에서 바울은 가장 극단적인 노예 해방론자로 등장한다.


그러므로 그대(빌레몬)가 나(바울)를 동지로 생각하면, 나를 맞이하듯이 그(오네시모= 한 때 빌레몬의 노예)를 맞아 주십시오. 그가 그대에게 잘못한 것이 있거나, 빚진 것이 있거든, 그것을 내 앞으로 달아놓아 주십시오.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 내가 그것을 갚아 주겠습니다.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형제여, 나는 주님 안에서 그대의 호의를 바랍니다. 빌레몬서 17 ~ 20


당신의 노예를 나 대하듯 하라. 친필로 말한다. 내가 너에게 한 것처럼 너도 그에게 호의를 베풀어라,  이 정도로 바울은 급진적이다. 노예제가 일반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바울의 평등사상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급진적이다. 바울의 서신이 분명한 빌레몬서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울의 이런 급진성은 결코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해방의 평등성은 영적이며 신학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이며 사회적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p 58


빌레몬서의 노예 해방 선언을 시작으로 바울의 급진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대의 시스템을 부정한다는 것, 결국 로마 제국의 신학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로마의 황제가 유일신이 아니다. 그냥 하나의 신이다. 유일신은 예수 그리스도뿐이 없다.


주, 라는 호칭을 절대적인 의미에서 배타적으로 (황제 이외에게 다른) 사람에게 붙여서 사용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짓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의도적인 반역행위였기 때문이다.  - 중략 - "우리 주님"이 "유일한 주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역행위였으며 " 149


바울, 혼자서 로마 제국과 맞짱 뜬 것이다. 유일한 주님을 위하여 나 바울은 이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서신서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런 바울이 어떻게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겠는가??


 종들을 가르치되, 모든 일에 주인에게 복종하고, 그들을 기쁘게 하고, 말대꾸를 하지 말고, 훔쳐내지 말고, 온전히 신실하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모든 일에서 우리의 구주이신 하나님의 교훈을 빛낼 것입니다. 디도서 2장 9 ~ 10


바울의 사후에 누군가가 어떤 필요에 의하여 바울의 이름으로 쓴 편지라는 것이다. 이를 구별해야 바울의 오리지널이 드러나고 제대로 바울을 이해할 수 있고 초기 기독교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자들이 말하고 싶은 결론은 단 하나다.


우리 두 사람이 확신하는 것은 급진적인 바울은 급진적인 예수의 신실한 추종자였다는 사실이다. p 31  


잘 읽었다. 좋은 책이다. 존 도미닉 크로산은 독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의 다른 책들도 계속 읽어봐야겠다. 그의 책이 한국 기독교단의 일반교양 도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아 수준의 사이비가 판치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개탄스럽다.

++

1장

바울: 매력적인가 아니면 역겨운가?

2장

바울의 편지들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3장

장거리 사도의 생애

4장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다"

5장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6장

"은총에 의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

7장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사는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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