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애 나눔 농장 이야기 2020 _ 21 (09.06)
이번 주 표지모델은 "씨 뿌리는 아내"입니다. 올 마지막 씨를 뿌렸습니다.
그 씨앗은 돌산갓과 청갓입니다. 원래 돌산갓만 심으려 했는데 종묘상 주인이 서비스로 청갓을 주는 바람에 같이 심기로 했습니다. 돌산갓으로 만든 갓김치, 정말 맛이 좋습니다. 청갓은 김장할 때 같이 넣는 용도로 사용하고요.
위 빈 땅 3/4에는 돌산갓 씨를 심었고요. 1/4에는 청갓을 심었습니다. 작은 고랑에 씨를 뿌리고 손으로 살며시 덮어줍니다. 시골로 시집온 것처럼 이제는 꽤 익숙하게 잘합니다.
김장용 큰 무 밭입니다. 잘 자라고 있습니다. 잎사귀 중간중간이 벌레 먹어 구멍이 났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배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부추가 제대로 자라고 있습니다. 조금씩 뜯어다가 부추 호박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이제 다 심고 편안 안 마음으로 농장 여기저기를 보고 있습니다.
왼쪽이 은행나무들입니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할 겁니다.
교회 옆모습입니다. 정면도 좋지만 옆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주차장 공터입니다. 늦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나무가 너무 근사합니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광화문 교보 빌딩 간판에 있는 글귀입니다. 공모해서 뽑힌 글이라고 하네요. 일상이 참 소중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평소에는 일상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는데, 막상 일상이 비일상이 되다 보니 그 비일상에 지쳐 다시 일상이 소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뜻일 겁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비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좀 더 주의하고 노력해야겠다는 결심도 표함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 모두 비일상을 꿈꿀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19가 만든 비일상이 아니라 일상의 일탈로서의 비일상 말입니다. 두 비일상의 차이는 자발적 선택 여부일 겁니다. 선택한 비일상은 일상보다 더 짜릿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짜릿함을 가져다주는 선택한 비일상은 그리 자주 오지 않습니다. 아주 드물거나 빨리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우리의 선택하고는 그리 관련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탄생과 죽음이 그렇고, 물신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여태껏 우리가 일상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들은 사실 포장된 일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19가 그 장막을 걷어 올렸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일상 자체가 변하고 있고 이미 변했습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요? 나는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일상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주체가 되는 내 일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