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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08. 2021

존재에 대한 재성찰과 그 아포리즘

식물의 사유. 루스 이리가레, 마이클 마더 저



일 년 전쯤 읽었던 책 중에서  제목이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그렇듯 이 책의 자세한 내용 역시  기억이 잘 안 난다. 대충 이런 이야기. 동물들의 감정, 의사소통 능력들이 매우 풍부하며 실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해서 읽기도 좋았고 설득력도 있었다. 이 책 역시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 '식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쯤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겨서 사서 읽기로 했다. 


내용은 기대를 배반했다. '식물의 사유'라 해서 식물이 사유하는 방식들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읽어 보니 식물을 통하여 사유하기에 관한 내용 들이다. 영어 제목이 Through Vegetal Being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저자들은 식물을 통하여 식물과 함께 인간 존재에 대한 재성찰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우리는 나무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나무를 정신적으로 표상하고 명명을 통해 고정시키기 위해 나무의 현재 상태를 보아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살아 있고 변화하는 것으로서 나무의 존재를 봐야 합니다. p 86 


저자들은 서양 전통은 너무 오랜 시간 변화보다는 고정, 소통보다는 차이나 분리 위주의 사유에 익숙해져 왔다고  말하고 있다.  


플라톤에서 한나 아렌트에 이르는 서양 전통에서 자신의 나타남을 성취하는 것이 갖는 의미는 생물학적 탄생이라는 사건과 철학적 행위나 정치적 행위를 통해 재탄생하는 사건 사이의 차이에 기대고 있습니다. - 중략- 사유와 행위는 더 이상 자신을 우리가 태어나는 세계 위에 그 세계에 맞서 건설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p 258


생물학적 탄생과 철학적 재탄생은 분리될 수 없고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에도 서양 철학은, 특히 근대에 들어와서는 그 분리를 당연시하거나 오히려 장려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성찰을 왜곡 또는 축소시켜 버렸다. 저자들은 구별 짖기, 분리하기, 차이를 만들고 고정하기 등 존재에 대한 기존 사유 방식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존재의 재성찰을 호소한다.  식물을 통한 재성찰을 이야기한다. 


식물은 접근할 수 없는 타자를 향해  자기 신체를 기울이고 늘리면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식물은 타자에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식물로부터 배워야 할 또 다른 교훈입니다. - 중략-  근대인들은 식물이 움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그리하여 에너지 생산의 원재료로 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p 282 283      


식물은 생산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생산의 주체이기도 하다. 그 주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비건들은 정당하지 않다. 


비건들은 식물성이라는 다른 생명 형태를 희생시키고 동물 생명만을 협소하게 옹호하는 데 굴복했습니다. p 190


식물들은 말 못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철학자들과 대중들은 식물에게는 감각이 없다는 그릇된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식물은 빛, 열, 습도, 운동, 진동 등과 관련하여 주위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에 있어서는 동물과 인간 존재를 월등히 능가합니다. p 237


읽다 보면 식물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 애정이 불편하지는 않다. 이 정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식물을 통한 존재에 대한 재성찰을 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철학적이고 관념적이다. 그리고 좋은 문장들이 많다. 


침묵은 우리가 다른 생명 존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근원이자 매개입니다. p 87


당신은 다른 세계를 만나러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열어야 하는 위험에 대해 썼습니다. p 173


자연과 함께 있다는 것은 정원이나 벌판이나 숲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비음성 언어의 무한한 다양성에 열려 있고 그것을 널리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p 247


인내심이 많거나 시간이 많은 분들에게 권한다. 

++


서문 



1부 루스 이리가레



프롤로그


1 식물 세계에서 피난처 찾기

2 생명을 망각한 문화

3 보편적 호흡을 공유하기

4 원소의 생성적 잠재력

5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살기

6 자연 존재의 놀라운 다양성의 복원

7 우리의 감각 지각을 키우기

8 인간 동반자에게 향수를 느끼기

9 인간들 사이로 돌아가는 위험을 무릅쓰기

10 자신을 잃고 자연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

11 숲에서 다른 인간을 만나기

12 어떻게 우리의 살아 있는 에너지를 키울지 생각하기

13 몸짓과 말은 원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14 자연 속에 혼자 있는 것에서 사랑 안에서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

15 인간 되기

16 만물 사이에서 생명을 키우고 공유하기


에필로그


2부 마이클 마더


프롤로그

1 식물 세계에서 피난처 찾기

2 생명을 망각한 문화

3 보편적 호흡을 공유하기

4 원소의 생성적 잠재력

5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살기

6 자연 존재의 놀라운 다양성의 복원

7 우리의 감각 지각을 키우기

8 인간 동반자에게 향수를 느끼기

9 인간들 사이로 돌아가는 위험을 무릅쓰기

10 자신을 잃고 자연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

11 숲에서 다른 인간을 만나기

12 어떻게 우리의 살아 있는 에너지를 키울지 생각하기

13 몸짓과 말은 원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14 자연 속에 혼자 있는 것에서 사랑 안에서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

15 인간 되기

16 만물 사이에서 생명을 키우고 공유하기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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