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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25. 2021

"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 아니다"

민족. 아자 가트 , 알렉산더 야콥슨 지음


"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 아니다",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저자는 문명 이후 현재까지의 인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민족을 근대의 발명품으로 보는 관점에 따르면 민족은 19세기 유럽에서 프랑스혁명 및 산업혁명과 더불어 출현했거나 그보다 얼마간 앞선 근대에 출현했다. 저자는 이런 주장에 반대하면서 민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실제로 존재했다고 주장하면서 많은 사례를 들고 있다.


민족주의와 종족성/ethnicity 은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대체로 민족주의는 정치적 종족성이라는 좀 더 광범위한 현상의 한 형태다. 그리고 종족성은 국가가 출현한 이래로, 아니 그 이전부터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다. p11 


국가 이전부터 동일한 언어와 종교, 문화로 연결된 종족집단이 있었고 이러한 집단이 국가를 매게로 이합집산하는 과정이 있었다. 고대의 소국들은 서로 싸우기도 했지만 다른 종족이 침입하면 협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여러 건 설명하면서 유사 이래 거의 일관된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근대 민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 중의 하나. 대중이 민족의 일원이 된 것은 표준어의 등장, 인쇄술의 발명, 대중 교육의 시작 등 근대적인 이념을 공유하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즉 근대적 국가의 성립 이후 가능하게 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민족국가는 한 종족과 한 국가가 대체로 일치한 경우에만 출현했다" 고 단언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권력과 일반 대중은 근대만큼은 아니지만 민족/종족 정채성에 대한 일치된 감정이 존재했다. 저자는 민족주의가 근대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근대주의적 발명품이라고 단언한다.    


근대적 민족주의의 물결은 엘리트가 새로이 조작해낸 감정 이상의 것으로, 오래된 대중 정서가 민주화로 새롭게 힘을 얻어 증폭된 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p 29 


저자의 질문은 이것이다. " 정말 민족주의 같은 깊은 감정이 인간 정신에 아무런 뚜렷한 근원이 없는 채로 19세기 유럽에서 별안간 튀어나올 수 있었을까? " p 31 


저자가 생각하는 민족은 "  민족을 친밀감, 정체성, 연대감으로 맺어진 정치/국가 공동체, 그리고 주로 특정한 문화와 친족 감정으로 정의되는 한 인족과 한 국가의 연합체" 다. 


이런 정의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민족을 허구적 역사적 구성물로 보는 관점에서는 저자의 이런 정의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근대는 단지 기존의 민족주의를 해방시키고 변형시키고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저자 주장에 꽤 설득력이 있다. 풍부한 사례가 있어 더 그렇다. 그러나 저자 주장을 온전히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이고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대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이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다. 역사에 대한 연대기적 관점을 유지한 저자의 입장에서는 민족/종족의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근대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학자들 입장에서는 저자 생각에 동의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내 생각에 저자의 사고도 중요하고 그 반대편 주장도 소중하다.  


++


목차

제1장 서론: 민족주의는 최근에 생겨난 표피적 현상인가?

제2장 친족-문화 공동체의 진화

제3장 부족에서 국가로

제4장 전근대 세계의 종족, 인족, 국가, 민족
1. 종족과 도시국가
2. 전근대 민족국가
3. 제국들은 종족에 무심했을까?

제5장 전근대 유럽과 민족국가
1. 태동기 유럽에서의 민족국가 확산
2. 남유럽 대 북유럽
3. 전근대 유럽에서는 종교, 제국, 왕조 지배, 불평등, 방언의 분열 때문에
민족 형성이 불가능했을까?

제6장 근대: 해방되고 변형되고 강화된 민족주의
1. 인민의 의지와 민족: 무엇이 무엇을 가능케 했는가?
2. 시민적 민족인가, 종족적 민족인가?
-유럽, 영어권 이민 국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3. 지구화하는 세계에서의 민족 갈등과 연대

제7장 국가, 민족 정체성, 종족성: 규범적·헌법적 측면

결론/ 감사의 말/ 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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