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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l 22. 2024

예견된 실패 '메타버스 서울'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지난해 1월 야심 차게 시작한 서울시의 메타버스 프로젝트가 2년도 채 안 되어 종료된다. 아직까지 서비스하고 있지만, 정리 절차에 들어갔고 올 10월 16일에 최종적으로 문을 닫는다. 서비스 중단의 주요 원인은 이용자 감소다. 

서비스 개시 전인 2022년에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서 20억 7000만 원이 들어갔고, 서비스 개시 첫해인 작년에는 시스템 유지, 운영에 28억 원이 소요되었다. 이렇게 연간 수십억이 소요되는 서비스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의 이용자와 이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져야 하는데 예상만큼의 이용자가 없어 서울시 의회 등으로부터 지적이 있었고 별다른 대안이 보이질 않아 종료가 결정된 것이다. 


지난해 1월 16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이 '메타버스 서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해 메타버스 서비스 개시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조기 종료가 이해되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 세계 도시 최초 「메타버스 서울」로 시민 초대”라는 제목의 당시 보도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서울시는 세계 스마트도시를 선도하는 도시로서 ‘자유, 동행, 연결’을 메타버스 서울의 핵심 가치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창의·소통공간’, ‘차별 없는 초현실 공간’, ‘현실 융합 공간’을 구현하여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담았다.”  


문장 안에 좋은 단어, 개념들이 다 들어가 있어 마치 혁명선언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보도자료에 있는 내용처럼 되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시의 이런 의욕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책무이기 때문에 여러 솔루션을 고민하고 추진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문제는 어떤 솔루션을 선택하는가에 있다. 채택할 수 있는 솔루션은 많이 있지만, 모두 비용과 효과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결정 요인은 서비스 지속 가능 여부에 있다. 대국민 서비스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은 일단 서비스를 개시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유지해야 한다. 유행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과는 다르게 공공기관은 항구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메타버스 서울' 화면 [서울시 제공]


그러나 서울시는 일반 기업처럼 유행 상품을 포장해 공공서비스로 내놓았다. 메타버스는 서울시의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정도로 아직 숙성되지 못했다. 우선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 원활하지 못하다. 일부 세대를 제외한 대부분 시민은 서울시가 보도자료에서 설명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본사용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거의 모바일 게임 수준의 매뉴얼을 익혀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한두 번 클릭으로 인터넷 정보 검색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UI, UX가 쉽게 만들어져야 보편적 이용이 가능하지만, 서울시의 메타버스는 그렇지 못했다. 


메타버스 사용기기를 한정한 것도 주요 제약 요인 중 하나다. 메타버스를 원활하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사양 이상의 모바일폰 등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제안한 기본 사양을 못 맞추면 서비스 이용이 쉽지 않다. 그러나 시민들이 단지 서울시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굳이 고사양의 모바일폰으로 교체할 이유가 없다. 어느 기종, 어느 사양에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은 사람의 참여를 제약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콘텐츠가 많아지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 그만큼 더 고사양의 수신기기가 필요하게 되고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메타버스 서울' 화면 보도자료 [서울시 제공]


이런 요인들은 결국 접근성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손안에 모바일 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연령대가 메타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고령자나 상대적으로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서울시가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차별 없는 초현실 공간’은 결과적으로 설득력 없는 주장이 되어 버렸다. 서울시가 서비스를 시작한 작년 1월 16일부터 올 1월 말까지 1년간 이용자 수는 22만 6,187명으로 하루에 채 600명도 되지 않고. 하루 평균 다운로드 건수 역시 100건을 넘기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유행 따라 정책을 만들고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나오면 서둘러 종료하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많은 지자체 단체장이 임기 내에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되지만 공공기관은 기업이 아니다. 예상되는 실패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감수하고 모든 것을 던져 일하는 벤처기업가들이 있고 그들을 도와주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정도의 상태가 되고,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때 공공서비스에 활용해야 한다. 기술이 사람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사회적 활용이 사회를 이롭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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