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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ug 05. 2024

최저임금과 테이블오더의 확산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2025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오른 시간당 1만 30원(월 209만 6천27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초 제출된 최저임금 요구안은 노동계가 1만 2천600원이었으며 사용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 9천860원에서 동결할 것을 주장했다. 최종 결과만 놓고 볼 때는 사용자 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결정된 최저임금은 헌법과 최저임금법에 따라 모든 임금 노동자에게 강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지급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점심식사 한 끼 값도 안 되는 시간당 1만 30원이 불만이겠지만, 사용자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 입장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신입직원 또는 무경력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그 위 직급에 있는 직원들에게도 어느 정도 오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임금만이 아니다. 임금이 오른 만큼 4대보험 회사 부담분 역시 증가하게 된다. 물론 장사가 그 이상으로 잘된다면 상관없겠지만, 현재 대부분 자영업자의 상황은 전혀 녹록지 않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인건비가 전체 매출액의 20 ~ 25% 정도 되는 상황에서 계속 인건비가 상승한다면 매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자영업자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사용자 입장을 많이 반영한 보고서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2023)」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이 9,620원에서 1만 원으로 인상(3.95%)되면 최소 2.8만 개에서 최대 6.9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망 수치가 다소 과도해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인건비 비중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다. 지난 15일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폐업 신고한 사업자는 98만 6487명으로 지지난해 대비 9.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 상황의 지속으로 나타났다. 주변 환경이 안 좋으면 바로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키오스크 도입이 그 한 사례다. 코로나19 시기에 매출이 줄면서 많은 매장이 키오스크 도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처음 본격적으로 도입한 매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이 많이 방문하는 패스트푸드 업계다. 이제는 KFC, 롯데리아 등 주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모든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노인층의 일부 불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키오스크의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매장에서 시작된 주문 키오스크가 이제는 소규모 매장에서도 흔한 풍경이 되었다. 


키오스크에 이어 등장한 것이 테이블오더다. 테이블오더(Table Order)란 문자 그대로 테이블(Table)에서 주문(Order)할 수 있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키오스크의 경우 테이블에 앉기 전 주문 및 결제 후 픽업하는 매장 방식에는 적합하지만,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하는 방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키오스크는 카페나 좁은 매장에서는 유용한 솔루션이지만, 테이블오더는 추가 주문도 용이하기 때문에 처음 주문 후 계속 주문하는 식당, 주점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한 고객들은 테이블오더 사용에 별 불편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 시내 한 카페의 키오스크 (서울=연합뉴스)


사실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 자체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범용적으로 사용되던 터치 스크린, 키보드, 바코드 리더, NFC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POS 시스템 등의 기술을 결합한 비교적 간단한 솔루션이다. 그러나 특별한 사회적 맥락 없이 식당과 같은 공간에서 활용되기에는 쉽지 않았다. 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의 저항 때문이다. 사회적 확산을 위해서는 사용의 편의성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다. 사회적 합의의 시작은 생존을 위한 '경쟁압력'에서 출발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 필요했고, 원가 절감의 결과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수용하게 될 때 새로운 솔루션의 도입이 보편적으로 수용된다.   

코로나19, 고금리, 물가 상승 등이 뉴노멀이 되어 경제 환경이 가혹해지면서 생존이 미덕이 되었고 생존을 위해서는 기꺼이 낯선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 자세의 전환으로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외에 로봇세프, 서빙로봇 등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무인점포 역시 계속 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인건비를 줄이고 운영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시작했지만,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면서 더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게 되어 사용자와 비즈니스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한다. 일단 변화에 익숙해지면.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 등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생활의 일부가 된다. 생활 속으로 스며들면 불가역적 상황이 된다. 한국의 여러 상황이 기술의 사회적 수용에 적극적이게 만들어 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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