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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May 06. 2017

글을 왜 쓰는 거야?

그냥, 좋아서

"글을 왜 쓰는 거야?" 하고 친구가 물어보았다. 순간 이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나에게 이 질문은 질문으로 성립하기 힘든 것이다. 마치 왜 짬뽕을 좋아하느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냥, 좋아서 한다.

오늘도 어김 없이 해야 하는 일들로 가득 찬 하루였다.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을 해야 하니 몸을 단장해야 하고, 그 시간을 벌기 위해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언젠가부터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숙제들을 주고 있다. 

해야 하는 것들로 일상이 꽉 차 있으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게 뭔지 언젠가부터인가 알기 어려워졌다. 해야 할 일들은 밀린 구몬처럼 항상 머리 속에 있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나를 채근했다면 지금은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채근하는 꼴이다. 숙제를 덜 한 아이에게 방과 후 놀이터에 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던 것처럼 나에게 놀이는 언제나 후순위로 미뤄졌다. 고작해야 멍하니 TV를 보는 정도였는데, 그것도 주말 아침 청소와 빨래를 다 끝내 놓고 하던 유희였다.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난 참 팍팍하게 살았구나.

그냥, 좋아서 글을 쓰고 있다. 아주 예전부터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냥, 멋지잖아? 지식인 느낌도 좀 나고, 뭔가 사연도 좀 있을 것 같고. 시덥잖은 이유였지만 평생을 글을 쓰고 싶다고 수없이 떠들고 다녔다. 혼자서는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매주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쓰고 있다. 얘기를 나눠 보니 다들 나랑 비슷한 마음이란다. 참, 동료를 만난 것 같ㄷ아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여유부리며 말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지는 않는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노력하는게 왠지 부끄러워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몰래 '글 잘 쓰는 법'같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다. 아, 핸드폰에 맞춤법 공부하는 어플도 깔아놨다. 화장실에서 시간 때우기에 딱이다. 이런 내가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이해한다. 나도 가끔 내가 그렇게 느껴지니까. 그래도 난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를 꽤 많이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지키는 일에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좋아서' 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만으로도 팍팍한 내 삶이 살만해 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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