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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May 14. 2017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사회

개나 줘

이 글을 읽는 당신, 나를 격려해 주시기를.
오늘 나는 무려 0천만 원을 대출받고 왔다. 대출 신청 가능 여부를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핸드폰에 신용정보 조회 알람이 오는 줄은 처음 알았다. 

'00 은행에서 신용조회'라는 문자가 오자 왠지 내가 큰 잘 못을 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데, 나 이제 어떡하지."
"어차피 돈을 빌릴 건데 신용정보 조회하는 게 뭐가 어때서? 이런 거로 쫄지마!"

복잡한 마음.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다. 난 그냥 평범하게 독립하고 싶을 뿐이다. 6년 동안 모음 돈을 가지고 서울에 작은 전셋집 하나 구했을 뿐인데 나이 서른에 벌써 빚이 0천만 원이다.
대한민국에서 빚 없이 집 얻을 생각하지 말라느니, 집은 은행이 사준다느니 하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뻔하니 갚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아득하다. 선배들은 빚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며, 그 정도면 '평범'한 수준이라며 격려?를 해 주었다. 그 말의 온도는 그들이 사준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어중간하다. 이가 시릴정도로 시원하거나 손바닥이 데일 정도로 따뜻하면 좋을 텐데.

한국은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사회라고 사회학자 오찬호 씨가 얘기했다. 맞아 맞아. 새우깡을 와그작 거리며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바로 다음 순간에 새우깡 가루가 붙어 있는 내 배를 보았다. 아, 이 뱃살 어떻게 빼야 하지? 당장 오늘이라도 윗몸일으키기를 해야겠구나. 죽도록, 노력해서, (뱃살을 없앤) 평범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딱 내 얘기다. 사실 뱃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평범한 것 아닐까. 애초에 '평범한' 몸매는 누가 설정한 건지.


강남구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평범한 수준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소득계층 별로 거주지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탓에 저소득 계위의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라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이고, 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니까.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엄청나게 대단한 것들이 아닐까. 평범을 향해 달리도록 만들기 위해 텔레비전 뒤편의 목소리가, 혹은 승마하는 딸은 둔 누군가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ㅗ오오력은 개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노력이 향하는 지향점 - 평범함 - 이 애초부터 잘못 설정되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끼리끼리만 만나다 보니 내가 누리는 삶이 그냥 당연한 삶인 줄 알았나 보다. 서울에 방 세 개짜리 전세, 를 얻기 위한 빚, 을 벌기 위한 직장, 에서 번 돈으로 사 먹는 햄버거. 사실 햄버거는 죄가 없는데. 

평범하다는 말 따위 난 믿지 않을 거다. 내 모든 노력은 내 행복을 위해서 써야지. 자 그럼 이제 방향을 바꾸어서, 다음 역은 행복, 행복 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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