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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May 12. 2019

나는 왜 사는 게 힘이 들까

나는 왜 사는 게 힘이 들까. 



얼마 전 브런치 수상작을 한 편 읽었다. 저자는 방송국의 막내 작가이고, 박봉에 강도 높은 근무 환경, 수시로 단수되는 옥탑방에서 사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글에는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삶의 고됨과 고민이 재기있는 문체로 쓰여 있었다. 심사위원은 그녀의 글이 앞으로 있을 미래의 에세이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돈도 많이 벌고 근무 환경도 좋고 서울에 방 3개 짜리 전세로 사는 나는 힘들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는 말이 만약 사람이라면, 있는 힘 껏 목구멍까지 기어 나오다가 조용히 명치 아래로 내려가 몸을 웅크리고 땅만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지난 주에는 집에 가는 길에 강변역에서 내려 일부러 잠실대교 위를 걸었다. 


답답한 마음에 소리라도 질러 볼 요량이었지만 허공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건 그 시끄러운 대교 위에서도 힘든 일이었다. 


으어어~

용기를 내어 조금 큰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것 같이 힘없는 소리만 지르다보니 나는 왜 이것 하나도 제대로 못할까 또 서러워졌다.

으어어~어!

으어! 으어어~


하면서 함성인듯 한숨인듯 이도저도 아닌 소리를 지르다보니 소리보다 쉽게 나오는 건 눈물이었다.

어렸을 적 엄마는 내가 울 때마다 ‘뭘 잘했다고 울어?’하면서 나를 다그쳤다. 

잘한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어도 눈물은 나온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눈물은 외로울 때에도 나온다. 


한참을 걷다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소리를 질러서 나아졌다기 보다는 소리 지르고 질질 울어도 달라지는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서 조금 괜찮아졌다. 괜찮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괜찮아졌다. 


그래도 하나의 소득이 있었다면, 


실컷 걸은 덕분에 그 날은 잠에 금방 들 수 있었다는 것. 집에 오자마자 녹초가 되어 머릿속을 괴롭히던 고민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침대에 누워서 깊은 잠을 잤다. 


한강 다리 위에서 소리 좀 질렀다고 나를 괴롭히던 고민이 해결되었을 리가 없다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내일 아침에 만나는 그 누구도 내가 괴로운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모르겠지. 

내일 아침에는 더 힘차게 인사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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