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투어 가이드를 따라 물담배 연기를 헤치며 뱀의 허리같은 골목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가이드는 능수능란하게 골목을 앞장섰지만 그 종착지가 어디든간에 나는 다시는 왔던 길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얘, 왜그러니?"
아까부터 셔츠사이로 삐져나온 가슴털이 신경쓰였던 서양인(아마도 이탈리아)이 내게 말을 걸었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같아"
수피댄스(syfi whirling)는 이란의 신비주의 학자인 루미가 창시한 이슬람 수피즘의 독특한 기도방식의 하나이다. 두껍고 긴 하얀치마에 원통형의 모자를 쓰고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채 한손은 하늘로, 다른 한 손은 땅으로 내린채 반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이 이 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터키어로 세마라고도 불리는 이 춤은 코란을 읽지 못하는 대중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글이 아니라 춤을 통해 신을 만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춤의 동작은 단순하지만 벽돌로 만들어진 원형 극장에서 몽롱한 음악과 함께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몽환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처음에는 사람인듯 형체가 뚜렸했던 그들이 점점 빨리 돌면서 하얀 덩어리로 보이더니 '이러다간 하늘로 날아가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코란을 읽지 못할 정도의 사람들, 아마도 노동계급이었을 그들이 먼옛날 어딘가에 둘레 모여 춤을 추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루종일 고된 노동을 마치고 정갈한 옷을 입은 채 음악에 맞춰 무아지경이 되는 일. 지식도 돈도 없는 그들이 몸을 바쳐 신을 경배하는 행위였다. 땅에 살며 하늘의 누군가를 그리는 일은 그 자체로 쓸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