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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난다 Feb 02. 2022

모험? 도약!

결국은 내딛고야 말 다음 발걸음을 맞이하는 자세

사람들이 걸어간 자리를 보면
발자국이 하나씩 점처럼 찍혀 있습니다.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에는 늘 도약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내 발자국과 같습니다.
오늘은 어제와 떨어져 있습니다.
내일은 오늘과 격리되어 있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발자국마다 도약이 있기 때문에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발을 질질 끌며 걸으면
발자국과 발자국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발자국 하나를 찍지 못하면
한 걸음도 당당하게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 중에서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첫 걸음마를 배우던 시절의 저를

만나러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걷고, 심지어는 뛸 수도 있게 되었지만,

이 자연스러움이 절로 얻은 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나 제가 영영 못 걸을까

걱정되어 병원에 데리고 갔을 만큼

또래보다 한참이나 느렸던 저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숱하게 뒤뚱거리고 또 넘어지면서도 일어서고,

마침내 걸음마에 성공할 때까지 견뎌낼 수 있었던 걸까요?


어른인 저도 수시로 겁이 나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 작고 어린 아이의 어디에

그런 용기가 들어있었던 걸까요?


돌이켜보니 걸음마 뿐이 아닙니다.

너무나 평범해서 보잘 것 없다고 여겼던

저의 시간들이

작지만 위대한 도약의 순간들로

이미 찬란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는 저를 다시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나 멋진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남들에 비해 더 크고 폼나는 도약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그리도 모질게 구박하고 무시하느라 지쳐가고 있었다니!!


너무나 기막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스스로에게 깊이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겠지요?

수행을 나누는 업에 남은 시간을 다 쓰겠노라

마음먹게 된 것도

이 다짐의 연장선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런데요. 인간이란 이리도 귀여운 존재라서

이렇게나 호들갑을 떨며 다르게 살겠다 선포해놓고도,

막상 또 한번의 도약이 필요한 시간을 만나면

어김없이 말도 안되게 덜덜 떨며

쪼그라들고 마는 저를 만납니다.


물론 어차피 툴툴 털고

또 다음 걸음을 내딛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게 생명의 길이니까요.

제 고민은 하나입니다.

다시는 걷지 못할 것처럼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마냥 내버려 둘 것인가,

툭 건드려 정신을 차리게 도와줄 것인가,

돕는다면 언제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인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구요?

그럼 우리 함께 머리를 맞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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