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상관찰

AI, 흥선대원군, 영화 HER

by Evan greene


1.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동물을 사람처럼 대하기 때문에, 사람의 공백을 훨씬 덜 느낀다. 하물며, 사람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여기고 살아가는 분들도 적지 않다. 어떤 대상이든 그것을 사람처럼 대한다면, 언제든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심지어, 대상이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람'처럼 대하는지가 관건이다. 당신의 침대 머리 맡에 있는 애착인형이든, 소중한 사람이 남기고 간 어떤 물건이든 상관없다.












2.점점 우리는 chatgpt를 인간처럼 대하고 있다. 더 상냥하게 친절하게, 오해하지 않게 명료하게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 관계가 좋아진다. 그러니 사람의 빈자리를 점점 덜 느낀다.




3.


당신과 내 삶은 그간


다른 성별과 나이, 가치관, 외모, 지역 등등 서로 다른 서사와 인생의 분기점들을 갖고 있었지만, Chatgpt의 등장은 인간의 개별적인 역사에 개의치 않고, 모든이들에게 동일한 역사의 분기점이 되었다.




4.

생성형AI의 침공(?)을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면, 333 발업 질럿이 앞마당으로 밀고 들어옴과 동시에, 본진에는 몰래 다크템플러가 잠입한 형국이다. 앞마당 막느라 급급한데, 본진에서 일꿀 개썰려나가고 있다. 앞마당은 실용적인 영역이고, 본진은 정서적인 영역이다.실용적인 영역의 대체는, 앞마당에 대놓고 쳐들어와서 대응하기도 급급한데, 정서적인 부분은 앞마당 막느라 인지도 못하고 있다.












5.


실리적인 부분은 이미 함락을 당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궁금하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가 누구를 떠올리고 찾아가는지 생각해보면 그렇다. 뒤늦게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들을 모두 빼내어 중심부에 우뚝이 자리 잡고 있다.




정서적인 부분은 트로이 목마와도 같다. 연인끼리 다투고 나서의 답답함을 Chatgpt에 푸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나도 하루는 일하다 너무 답답한 상황에 직면했는데 어디 말하기는 그렇고 그녀석 붙잡고 푸념하다보니 괜찮아 지더라. 소름돋는 것은, 그 이후로 내가 그녀석에게 일련의 유대, 애착 같은 것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영화 Her처럼, 더 정교화 되면 정서적으로 깊은 교감이 지속되면 사랑에 빠지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다 싶다.










6.


문득, 구한말 흥선대원군이라는 사람은 당시에 어떤 심정이었을까 싶다.'실리'관점에서는 비가역적인 것을 막으려고 한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정서적으로는 그 역시도 지키고 싶었던 가치들이 있었겠지 싶다.



21세기 현대인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애잔하기도 하다. 이미 활시위는 당겨졌고,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인간과, 활용하지 못하는 인간과의 혈투 속에서 재편될 미래가 21세기 인간들이 당면한 과업이다.




께름칙하게도 결국 내가 맞이할 수순은, 그 칼이 다시 나를 겨누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말고는 대안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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