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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금융 투자

터지지 않는 위기라면..

The technology called a printing machine

by Evan greene


요약 : 터지지 않는 위기가 존속된다면, 그것을 뉴노멀이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다.





1. 서론: 금융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균열


지금 금융 시스템은 거대한 압박, 즉 '유동성 스퀴즈(liquidity squeeze)'에 직면해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양적긴축(QT)으로 시스템에서 돈을 빼내고 있는데,

미국정부는 천문학적인 지출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다.


이 충돌의 첫 번째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신호: 금융 시스템의 혈관이 막히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혈관과도 같은 레포(Repo)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이미 시작되었다. 레포 시장은 은행들이 매일 3조 달러 이상을 거래하는 초단기 자금 시장으로, 이곳의 문제는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 현재 상황은 금융 시스템의 혈관에 '혈액량'(은행 지급준비금)은 줄어드는데, 몸은 '마라톤'을 뛰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그 증거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SOFR 금리 급등: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은 레포 시장의 평균 금리이다. 보통 이 금리는 연준 금리(IORB, Interest on Reserve Balances)보다 약간 낮게 형성되지만, 지난(2025년) 9월과 10월에는 이례적으로 연준 금리보다 높게 치솟았다.


참고로, SOFR은 담보부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에서의 실제 거래를 기반으로 하며 수치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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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IORB는 연준이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이는 연준의 정책금리 범위 내에서 단기 금리를 유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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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가 높아지면서, SOFR금리에서 IORB 금리를 뺀, SOFR-IORB프레드도 커지게 됐다. 이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연준이 지급하는 이자보다 얼마나 높은 지를 나타낸다. 3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연준의 기준보다 비싸졌다는 것은,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다. 아래를 보면, 최근에 Spread가 급격히 확대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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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가 커질 때의 의미는 세 가지인데,


• 유동성 부족: 스프레드가 커지면 은행들이 단기 자금을 더 비싸게 빌려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시장에 현금이 부족하다는 신호.

• 금융 시스템 스트레스: 스프레드 확대는 금융기관 간 신뢰 저하나 자산 유동화 어려움을 반영함

• 연준의 정책 신호: 연준이 IORB를 유지하는데도 SOFR이 상승하면, 시장이 연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므로 추가 유동성 공급(QE)이나 금리 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 시작.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다.


US liquidity crisis SOFR-IORB spread 2025: Liquidity panic? SOFR-IORB spread hits highest level since 2020 — QE next? - The Economic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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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은행들의 긴급 대출 급증: 연준의 긴급 대출 창구(Standing Repo Facility)는 은행들이 절박함을 드러내는 '낙인'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SRF는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작동한다.


(1) 은행이 국채 같은 안전한 자산을 연준에게 맡김.

(2) 연준은 그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빌려줍니다.

(3) 다음 날, 은행은 현금을 갚고 자산을 돌려받습니다.


이걸 "Repo 거래"라고 함. SRF는 이 거래를 항상 열어두는 공식 창구이다. 심지어 오직 40개 은행만이 접근 가능하다. 그런데 이 창구 사용량이 9월부터 급증하더니, 10월 31일에는 하루 만에 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팬데믹이나 은행 파산 같은 위기가 아님에도 은행들이 현금 확보에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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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s Tap Fed Standing Repo Facility in Record Numbers Amid Month-End Pressures



반면 ON RRP(Overnight Reverse Repo)는 은행이 남는 현금을 연준에 맡기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2025년 10월 31일에,


- SRF 사용량: 하루 만에 503억 달러. 사상 최대치.

- ON RRP 사용량: 520억 달러. 불과 일주일 전에는 거의 0이었음.


즉, 은행들은 한쪽에선 연준에게서 돈을 빌리고, 다른 쪽에선 연준에 돈을 맡긴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 SRF를 통해 시장에 503억 달러가 들어옴

- ON RRP를 통해 시장에서 520억 달러가 빠져나감

- 결과적으로 시장에 들어온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음 → 순유동성은 마이너스


이런 현상은 월말이나 분기말에 자주 발생한다. 은행들이 회계상 자산을 안전하게 정리하려고 ON RRP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SRF 사용량이 이례적으로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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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s Borrow Record $50 Billion at Fed’s New SRF amid Hot Repo Rates, ON RRPs Spike to $52 Billion in Opposite Direction | Wolf Street




3. 지급준비금 4년 내 최저치: 연준의 양적긴축(QT)으로 은행이 보유한 현금, 즉 지급준비금이 2.8조 달러로 4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것이 바로 금융 시스템의 '혈액량'이 줄어든 근본적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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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REPO 거래에서 은행이 연준과 거래할 때, 방향에 따라 유동성 흐름이 달라진다. 은행이 연준에 국채를 팔고 현금을 받는 방식(연준이 REPO를 매입)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며, 반대로 은행이 연준으로부터 국채를 사면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연준이 REPO를 매도 = 역 REPO)은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 이 과정에서 은행은 담보를 제공하고 일정 이자를 지급하거나 받는다.


양적긴축(QT)은 연준이 자산을 줄이며 시장에서 자금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이는 REPO를 매도하거나 보유 자산을 만기까지 보유해 자연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반대로 양적완화(QE)는 연준이 자산을 매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REPO를 매입하거나 국채·MBS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실행된다. 즉, QT와 QE는 자산 매매 방향을 통해 유동성 흐름을 조절하는 정책이다.



2022년 이후부터 연준은 QT를 계속해오고 있고, 은행은 REPO시장에 대출을 해줄 여력이 줄어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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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Expected to End Quantitative Tightening Amid Liquidity Concerns





두 번째 신호: 진짜 범인은 연준이 아닌 정부의 막대한 씀씀이


현재 유동성 위기의 근본 원인은 연준의 정책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미국 정부의 지출과 부채다. 이는 간단한 공급과 수요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 공급 감소: 앞서 언급했듯, 자금의 공급원인 은행 지급준비금은 4조 달러 이상에서 2.8조 달러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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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 폭증: 동시에 레포 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불과 2년 만에 1.5조 달러에서 3조 달러 이상으로 두 배 넘게 폭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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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청난 수요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미국 정부이다.


2025년 10월 기준, 미국 국가 부채는 38조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4 경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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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National Debt Clock : Real Time



현재 정부 지출은 GDP의 23%에 달하는데, 이는 놀랍게도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의 24%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0년의 17%, 팬데믹 기간의 31%와 비교해 볼 때, 아무 위기도 없는 지금 지출이 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한편, 미 의회예산처(CBO)는 향후 10년간 정부 지출은 GDP의 24%, 세수는 18%에 머물러 향후 약 10년 동안 매년 '6% 포인트의 구조적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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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FB_Analysis_of_CBO_March_2024_Long_Term_Budget_Outlook.pdf



이는 매년 2조 달러의 재정 적자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며, 정부는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시장의 돈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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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에 연준이 QT를 중단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출혈을 멈추는 것일 뿐,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합니다. 정부의 막대한 자금 수요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Powell Signals Quantitative Tightening Halt Within Months




세 번째 신호: 다가올 '해결책'은 문제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결국 연준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길, 즉 양적완화(QE)를 재개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댈러스 연은 총재이자 전 뉴욕 연은 공개시장 데스크 책임자였던 로리 로건은 지난 10월 연설에서 명확히 예고했다.


"최근 레포 금리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제 생각에 연준은 자산 매입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Ample liquidity for a safe and efficient banking system - Dallasfe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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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매입'은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의 다른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 양적완화는 우리가 2010년대에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QE는 그간 미친듯한 물가/자산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음)


• 2010년대의 QE: 당시 연준이 돈을 풀었을 때, 정부 지출은 GDP의 20~21% 수준으로 비교적 억제되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돈은 금융 시스템 안에만 머물렀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다. 월스트리트는 부자가 되고, 일반 서민들의 구매력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 다가올 QE: 지금은 다르다. 정부 지출이 GDP의 23%라는 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상태에서 연준이 돈을 풀면, 그 돈은 금융 시스템을 넘어 실물 경제로 곧장 흘러 들어갈 것이다. 그 결과는 '자산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의 동시 발생이다.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과 식료품, 월세 같은 소비재 가격이 동시에 오를 때, 월급처럼 고정된 수입의 구매력은 무참히 파괴된다.



FED 대차대조표의 규모를 보면 2008년 이전에는 1000 billion dollar수준이었으면, 현재는 6573 billion dollar이다. 이 증가는 대부분 QE 정책의 결과이다. 연준은 위기 때마다 국채, MBS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고, 그 자산들이 연준의 대차대조표에 쌓인 것. 예전보다 자산규모가 6~7배 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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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선택의 기로에 선 당신




연준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1) 금융 위기를 방치하거나,

(2)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시스템을 구하는 것.


그리고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디플레이션과 시스템 붕괴를 막는 것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발언은 그들의 사고방식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미국 정부는 본질적으로 비용 없이 원하는 만큼의 달러를 생산할 수 있는 인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The U.S. government has a technology, called a printing press (or, today, its electronic equivalent), that allows it to produce as many U.S. dollars as it wishes at essentially no cost.”
— Ben S. Bernanke, Deflation: Making Sure “It” Doesn’t Happen Here, November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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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초래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 그리고 이 '해결책'은 자산 가격과 실물 물가가 동시에 폭등하는, 당신의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이 오르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QE를 안 하게 되면,


=돈을 안 풀게 되면

=REPO를 다시 안 사들이게 되면

=REPO금리를 안 낮추게 되면,

=은행준비금을 높여주지 않게 되면

=> reop금리가 올라가게 됨


=높은 금리는 여러 주체들에게 영향을 줌

=기업들은 차환목적 발행이 어려워짐

=개인들은 모기지 금리 감당이 점점 힘들어 2008년처럼 금융위기 실현될 수 있음




돈을 풀지 않으면 무너지는 위기다. 수직적인 개념을 전복시켜, 밑으로 무너지는 거 말고, 위로 무너진다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자산가격의 상승이라는 열차를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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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상황이 계속 펼쳐지고 있는데, 위기란 뭘까,

터지지 않는 위기가 존속된다면, 그것을 뉴노멀이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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