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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Oct 28. 2023

바디프로필



2년 전부터 바프 찍는 게 유행인데, 단기간에 무리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강행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비판이 있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굳이 반박이나 동조할 필요도 없는 게, 이건 준비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해서 생기는 부작용일 뿐, 바프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계속 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은 무리 안 한다. 운동을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테니, 그 과정에 마일스톤처럼 바프를 찍을 뿐.


1. 바프가 띠꺼운 이유


나는 바프가 두 가지로 이유로 띠껍다.


첫째, 유행에 유난 떠는 거 자체를 싫어한다. 줏대 없이 맹목적으로 좇고,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행태에 거부감이 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술래잡기 하다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는데, 그때 뇌에 반골기질이 생긴 것 같다. 그 뒤로는 무언가 유행이 된다고 하면, 괜히 따라 하기 싫고 뻐튕긴다. 바프가 유행할 때도 마치 가장 젊은 나의 찬란한(?) 기록 등 온갖 미명으로 포장되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바프를 권유하며 ‘젊은 시절의 나’를 사진으로 남기지 않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기를 놓쳐버린 사람으로, 은근슬쩍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는.. 되려 건강하지도 않고 또 다른 강박으로 보였다.


둘째, 바프 속 모습이 현실의 몸과 확연히 다르면, 오히려 자존감을 낮춘다고 생각했다. 현실과 바프 속 몸의 차이가 현격한데, 그걸 동일시하는 건 인지부조화다. 물론, 사진이라는 것이 각도, 조명, 펌핑 여부에 따라 어좁/대두/멸치도, 근육/거인/어깡이 될 수 있다. 근데 이 부분을 정상 참작하더라도, 바프는 포토샾을 통해 전문가의 손길까지 거치기에, 현실에 없는 몸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바프는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신체의 결핍을 포토샾으로 보완하여 자신의 이상향을 투영시킨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쩌면 30년 뒤, 지금 찍은 바프를 다시 보면 찬란했던 젊은 시절의 기록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겉모습에 과도하게 치중했던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가수 화사님의  I love my body라는 노래가 문득 떠오름)


2. 근데 직접 찍게 됨ㅋ


세 달 전에 바디 프로필을 찍었다. 정확히는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과 내기에서 져서 벌칙으로 찍‘혔’다. 근데 막상 직접 해보니, 바프를 찍기 위한 여정은 생각 이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아니ㅋ 막상 지가 찍으니까 손바닥 뒤집듯 입장 바꾸냐?’


아니 잠시만… 바프 예찬론자가 되거나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강아지 털 날리는 게 싫어서 키우기 싫다던 부모님도, 막상 데리고 오면 자식보다 애지중지하는 것처럼, 직접 경험해 보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은가. 너그럽게 넘어가주라. 준비 과정에서 깨달음이 많았다.


2-1 PT : 바프 준비 마지막 2달은 PT를 받았다. 돈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더 빨리 PT를 받아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혼자 운동하면 뇌가 계속 ‘이 정도면 충분해’, ‘더 하면 다쳐’하고 합리화한다. 근데 피티는 충분한 준비운동과 정확한 자세로, 안전하게 운동을 도와준다. 덕분에 새로운 운동도 배우고, 그때 배운 자세와 지식들이 나의 운동을 한층 더 나은 형태로 거듭나게 도와주었다.


2-2 식단 : 바프를 계기로 딱 한 달 식단을 했다. 성격이 예민해지기도 하고 삶은 무미건조해졌으며, 사회생활에도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유레카라고 외칠 정도의 발견을 했는데, 클린 한 식단은 내 몸을 가볍게 해 주고 정신까지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살 안 찌는 체질이라는, 나름의 ‘특권’ 덕분에 신경 쓰지 않고 막 먹었는데, 그게 오히려 내 몸을 망치고 있었다. 그저 살이 찌지 않았던 것뿐이지, 내 몸은 많은 부담을 느껴왔다.


운동 열심히 하는 것보다, 깨끗한 음식 섭취의 중요성을 느낀 이후로, 최소 하루에 한 끼는 클린 하게 먹는다. 몸에 해로운 음식 먹으면서 운동하는 게, 담배 피우면서 영양제 먹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운동도 좋고 영양제도 좋은데, 담배부터 끊고 몸에 나쁜 음식부터 줄이는 게 올바른 순서다


3. 내가 부정적으로 인지하던 경험도 막상 직접 해보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바프라는 벌칙 덕분에, 아무리 퇴근이 늦어도 주 6회 헬스장에 가며 운동 강도를 높였다.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더불어, PT의 매력, 깨끗한 음식을 먹었을 때의 장점을 체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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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曰 : 그래서 바프 사진 도대체 언제 올리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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