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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 일기 Mar 27. 2024

남의 일기 5

작은 발장구에도 물방울은 튀어오른다.

“장기 털리는거 아냐?”


라는 의심을 품은채, 집단상담 모임을 처음 참여했다.


그도 그럴것이, 예술치료 집단상담 모임인데 참가비가 정해져있지 않고

모임 대문글엔 ‘종교단체 아닙니다.’ 라고 써 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안심시키려는 장치 아냐???!’

그렇다. 나는 잘 믿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의심이 많은 편이다.


아무튼, 1시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늦잠 이슈로 인해 4시 30분 모임에 참석했다.

꿉꿉한 지하 연습실 같은데에서 의자를 원형으로 두고 둘러앉아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긴장을 풀기위한 여러 활동과 가벼운 토크 등을 하다보니 어느새, 의심 따위 멀리멀리..!


나는 어릴때부터 내 낮은 자존감, 열등감, 트라우마 유발된 사건들 등등을 극복하고자

심리 서적같은 것도 읽고, 개인상담도 수차례 받는 등등의 활동을 했고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단상담 모임 가입도 당장의 절실함이 있다기보다는 호기심이 컸다.

예술치료 + 집단상담 = 영화같은데에서나 봤던 장면이라 현실에서는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후반부쯤에 그림을 그리고 뒷장엔 시를 쓰라고 하셨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손가는대로 쓱쓱 그리고, 시라기보단 떠오르는 생각들을 썼다. 나름 시의 형식을 갖추겠답시고.

(그림은 커버사진이고 글은 아래 첨부된 이미지이다.)



각자 돌아가면서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떤 그림인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자연스럽게 각자의 고민과 아픔을 털어놓았다.

그 후 발표자에게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는 시간들도 가졌다. (편의상 발표자로 표현함)


나는 생각을 덜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간건데, 그 와중에도 나에 대해 끝없이 검열하고, 남들에 대해 분석하고 또 생각이 꼬리물고..

그런 내 자신에 대해 한번 더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발견이 발전으로 당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발견에서 무엇이든 시작하지 않는가..?

길가에 있는 돌부리도 행인에게 발견이 되어야 치워지든 말든 하는거니까


그 자리에서 앉아있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 사람들 진짜 열심히 사는구나!’ 였다.

그 중에 일, 자기계발, 취미, 병원, 상담 등 단 한가지도 안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만큼 자기 삶에 애정과 책임감 없는 사람도 없어보였다.

황금같은 일요일 오후 그 자리에 와 있는것 또한, 어떻게든 본인의 마음, 걱정, 상처 등을 어루만져서 더 평온한 자신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어떻게든, 벼랑 끝에 매달린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끌어올리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또한, 어릴때 상담을 여러번 받았고 스스로 심리에 관한 책들을 읽어가며 나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져왔다.

물론, 지금 내가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일단은 내 앞가림부터 시급한 사람이긴 하지만, 어릴때 내 발버둥질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적어도 덜 울고, 많이 웃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보단,


발전을 위한 발버둥질은 나의 삶에 어떤 모양으로든 나도 모르게 자리 잡아 ‘나’라는 사람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발버둥질 치자,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으니까.


나도, 지금 남의 일기를 읽는 여러분의 모든 발버둥질에 심심한 응원을 전합니다.


추신 : 참고로 이 일기는 몇 주간 고민 끝에 고쳐가며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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