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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수필]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기

관계를 잘 풀면 인생이 쉬워진다




 참 세상을 살다 보면요 나랑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내 기준에서 생각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단 말이죠.      




 전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어요. 참 이 고양이도 희한하게 인연이 된 게, 얼마 전 5일장을 갔었습니다.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시골 5일장에 가보면 의례 동물들 판매하는 코너가 있어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개, 고양이, 닭은 필수로 판매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나가다 고양이가 귀여워서 쪼그려 앉아서 고양이를 보고 있었는데, 고양이를 키우는 아저씨가 저를 유심히 보더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키우라고 한 마리를 조그만 상자에 넣어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키운 게 벌써 두 달째예요.      


 그런데 고양이라는 동물이 참 사람이랑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닮지 않았단 말이죠. 처음에는 고양이가 울거나 무는 게 무슨 행동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고양이의 행동, 울음 등등.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말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새끼 고양이가 자기 꼬리를 빠는 행위는 아직 젖 떼기 전에 어미와 너무 일찍 떨어져서 그런 것이다. 새끼 고양이가 사람 손을 물때에는 장난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니 움직이지 마라 등등.     


 그렇게 한 두 달 정도 같이 살다 보니 조금씩 고양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니까 이 녀석도 제 행동에 대해서 이해도가 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무언가 하지 말라면 그게 안 좋은 거라고 인식을 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아니 안 좋은 거라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싫어하는 거라고 희미하게나마 인식을 하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같이 살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날은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볼까 싶었어요. 제가 산책하는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고양이란 동물이 목줄을 하기도 쉽지 않고 끈다고 끌려오는 동물도 아니잖아요. 굉장히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동물인지라 사실 좀 염려가 되어서 인터넷을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고양이는 사람이나 개랑 참 다르더군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자기가 편하고 잘 알고 있는 지역 이외로 나가면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그래서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산책을 좋아하거나 답답해하지 않는다는 거죠. 사실 이건 고양이 고유의 특성이잖아요. 만약 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르고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면 고양이는 저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이런 게 관계인 것 같아요. 관계라는 게 한자말로 풀이해 봐도 관계할 혹은 당길 관(關)에다가 매다, 묶다란 의미의 계(係)를 쓴 단말이죠. 결국 누군가와 묶이는 것이 관계예요. 묶인다는 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거든요.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자유로워지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기 때문에 그러하질 못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끝내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이를테면 우리가 관계의 크기보다 더 커지면 되는 겁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나와 상대방을 다르게 놓고 구분하다 보니까 생기는 거예요. 서로가 다르니까 묶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내가 상대방을 포함할 정도로 커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합집합 같은 개념이에요. 크기가 다르게 되면 다툼이 없어요. 우리가 자연과 싸우지는 않잖아요.      


 결국 상대방의 행동도 모두 내게 반응하는 결과물인 거죠. 그렇게 되면 결국 모든 것들이 내 책임이에요. 내가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관계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이에요. 원래 그 사람의 특성이 그랬고 원래 그 사람은 그렇게 살아온 거예요. 나와 고양이가 태생이 다른데, 고양이를 사람처럼 개조시켜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고양이와 나 둘 중에 한 명, 혹은 둘 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왜 그런 일을 해야 할까 싶어요.     


 만약 그게 싫으면 고양이를 안 키우면 됩니다. 하지만 인생은 다르죠. 우리가 살면서 안 봐도 되는 인간관계가 얼마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을 포용할 정도로 내 파이가 커지는것이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인 거죠.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쉬우면 다 그렇게 했겠죠.     




 그러니까 우리는 참 세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 행동과 생각들을 끊임없이 지켜봐서 감정에 휘둘리는 행동이나 생각이 나오면 이걸 알아채야 하는 거죠. 돌이켜보면 정말 별일 아닌것들이 그 당시에는 무지막한 바윗덩어리처럼 보이거든요. 사람이란게 다들 그렇죠. 감정이란게 식고나면 별거 아닌것들이 세상에는 많아요. 그리고 이런 감정들이 관계를 망치고 속좁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거죠.

 

 그러기 위해선 홀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홀로 생각하는 시간. 처음에는 굉장히 좀 쑤시는 일이죠. 아무것도 안 하는 10분이라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느껴질 거예요. 아니 10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라는 생각도 들 거예요. 이렇게 재밌는 핸드폰과 컴퓨터가 있는데 내가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하루에 10분의 시간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참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라요. 내가 오늘 했던 일들, 말들, 행동들 이런 것들이 스캐닝되면서 이런저런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런 후회가 들면 1차적으론 성공한 거예요. 후회가 들면서 스스로 부끄러워지기 시작하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오면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훈련이 반복되면 다음에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넘길수 있도록 성장해 있을거에요. 그런 일들이 모이면 어느 순간 관계라는 것이 참으로 쉬워집니다.     


 관계가 쉬워지면 인생이란 것이 어느 순간 참 재밌어져요. 대부분의 삶의 문제는 관계에서 나오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제 삶은 참 평탄하고 쉬워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해요. 그럼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어떻게? 그 답이 바로 이 글이에요. 여러분들도 쉬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건 모두가 가능한 일입니다.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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