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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수필]기회비용은 생각하지 마

선택 장애로 고생하는 당신에게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는 건 참 낭만적인 일이에요. 하지만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는 일은 참 고역이죠. 특히 비 오는 날 퇴근시간 즈음 운전을 한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지방 출장을 갔다가 귀가하고 있는 날이었는데 폭풍우와 함께 비가 쏟아지고 있었어요. 얼마나 비가 많이 오는지 자동차 와이퍼를 최대로 돌려도 앞이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켰더니 평소에 가는 길이랑은 완전히 다른 길을 알려주고 있더군요.     



2016 photobyshinsangcheon


 여기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서 새로운 길로 갈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경로를 따라갈 것이냐. 한순간 고민을 했어요. 어느 쪽을 따라가는 것이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짧은 순간 머리를 굴렸어요. 기존 경로 쪽을 보니 거의 길 하나가 정류장이더군요. 차가 꽉 막혀 움직일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길을 보다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경로로 핸들을 틀었어요.      


우리 삶은 예측이 불가능해요


 우측 길로 빠지니 길이 조금 트이더군요. 그래 역시나 내비게이션을 선택한 일은 현명한 일이었어. 요즘 내비게이션은 도로 상황까지 예측해서 길을 알려준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었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길이 더욱 막히기 시작합니다. 앞에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에요. 차 두 대가 나란히 범퍼가 박살난 채로 서있고 사이렌 소리가 빗속을 뚫고 들립니다. 그랬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도로 상황을 파악해서 길을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사고가 나는 순간까지 예측해줄 수는 없는 것이었죠.     

 결국 그날 매우 늦게 집에 도착했어요. 기존의 경로를 통해서 가면 더 일찍 도착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도 확실치는 않죠.      




 참 그래요.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선택해야 할 경우를 많이 만나게 돼요.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에요. 그리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결과를 모른다는 거예요. 우리가 A라는 선택을 하게 되면, B라는 선택을 했을 때의 결과는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인간의 한계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후회 라는걸 하게 되죠. 아 만약 그때 A를 선택하지 않고 B를 선택했으면 훨씬 더 결과가 좋았을지도 몰라 라면서요.     

 

이걸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가 A를 선택했다고 해봐요. 그러면 B를 선택했을 때의 이익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기회비용이에요. 경제학에서는 A를 선택했을 때의 이익이 기회비용보다 커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는건 인간의 본능


 사실 이건 인간의 본능이죠. 조금 더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려는 건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겁니다. 그리고 경제학에서는 이걸 조금 더 정리해서 학문으로 만든 겁니다.     

 그런데 저는 기회비용을 조금 내려놓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에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죠. 그런데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삶을 살면서 선택을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2016 photobyshinsangcheon


기회비용을 내려놔 보세요


 바로 몸에 본능적으로 각인된 기회비용 때문에 그런 거예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훨씬 나은걸 선택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망설입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망설이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엄청나게 고심해서 A와 B 중에 하나를 잘 선택해서 이익을 봤다고 하더라도, 이걸 선택하면서 소비한 시간만큼의 C는 우리 인생 전체로 봤을 때 또 다른 손해이거든요.      



 이러한 망설임 때문에 요즘에 생긴 단어가 바로 ‘선택 장애’예요. 그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 선택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죠. 정말 작은 것, 예를 들면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서도 20분씩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거 옆에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문제예요. 그럴 경우에는 그냥 제가 선택지를 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택 장애 있는 친구들은 오케이를 해요.     


 이런 걸 보면서 선택 장애라는 게 사실 효율성이나 배려의 문제보다는, 본인의 생각이 정립되지 않아서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생각대로 했을 때에 누군가 손해 보면 어쩌지,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느낀 게 있어요. 우리가 A와 B 중에 무언가 하나를 선택하려 고민을 하는 상황이 온다면요. 그 A와 B는 거의 비슷한 가치의 선택지일 거라는 거죠. 그러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 기회비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예요. 만약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알 수가 없죠. 뭐 평행우주론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나타나더라도 지금 당장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선택지를 알 수 없을 거니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A와 B로 선택지를 좁혔다면 더 신속하게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귀납적 추리 방식을 통하더라도 그랬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삶에서 그다지 고민할 것들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예전 학창 시절에도 그랬잖아요. 시험을 보면 사지선다형에서 가장 먼저 고른 답이 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고치면 그 순간 틀릴 확률이 배가 됩니다. 그만큼 인간이 처음 느껴지는 감은 생각보다 정확하다고 봐요.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처음에 강력하게 내게 다가오는 것과 최종선택은 거의 비슷했었어요. 기회비용을 버리고 여러분의 선택을 믿으세요.     



 이제 선택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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