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부탁해 드디어 동거 중

길고양이 스토리#4

by 감성수집가

3편 보고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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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노는 냥냥이.gimpo.2014



길고양이 냥냥이는 시도 때도 없이 집과 밖을 드나들었다.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세상을 모두 가진 듯 그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나는 그 당시 농촌 체험 기획 때문에 김포의 어느 농가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농가 라기보다는 가공장 및 저온창고 용도로 지어놓은 샌드위치 판넬로 구성된 가건물이었다. 나는 여기서 겨울에 진행될 김장체험을 기획하고 있었다.




농가에서 먹는 아침.gimpo.2014



처음 체험을 기획할 때는 한 여름이었다. 엉덩이에 땀이 차서 책상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고, 오전 나절만 바깥에 차를 세워 놓아도 자동차는 후끈후끈한 찜질방으로 변했다.나는 그 더위에 질려 오후 2시에 자동차 조수석 앞쪽 유리 바로 아래에 날계란을 넣어놓곤 했는데, 3시간여 즈음이 지난 후 계란을 꺼내보면 먹기 좋게 익어 있었다. 이건 한여름 나만의 한가하고도 재미있는 놀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비로소 저녁에 산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붉은 노을의 장막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농부들은 한껏 추수를 하여 논은 여기저기 짚더미가 쌓여 있었고, 짚더미 사이로 가을 향기가 났다. 바람도 왠지 스산하여 옷깃을 여미 우게 하는 날들이었다. 전국이 다 그렇겠지만 가을은 짧았다. 스산한 날씨는 바로 살을 에는듯한 추위로 바뀌었고 딱 그맘때쯤 길 고양이 냥냥이는 나의 숙소로 찾아든 것이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밤을 밖에서 지새우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저녁 6~7시 정도가 되면 나는 산책 겸 농로를 걸으며 냥냥이를 찾았다. 마치 오후 예닐곱 시에 밥을 다해놓고 노는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심정처럼.

그렇게 얼마간 산책을 하고 노을이 검은 장막으로 뒤덮일 때쯤 되면 냥냥이는 어느새 쪼르르 오른쪽 뒤편에서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같이 걷고 있었다.


우리는 걸으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냥냥이는 내 걸음을 따라 걷다가도 한참을 쏜살같이 추월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고는 했다. 그리고 한참 주변을 관찰하다가 또다시 내게 달려오기를 반복했다.


“무얼 그리 찾니?”


‘달을 찾고 있어.’


“왜 달을 찾아 헤매니?”


‘달은 신비롭지만 불안하고 혼란스럽지. 항상 모습을 바꾸곤 해. 초승달이 됐다가도 어느샌가 반달이 되어있고, 반달은 생각지도 못한 사이 보름달이 되어있어. 달은 스스로의 모습에 규정되지 않아. 하지만 달은 다분히 몽상가적이기도 해. 달을 보는 이들은 그 시리고도 오묘한 빛에 꿈을 꾸고 아름다워하지. 그리고 그 불안함에 묘한 매력을 느껴. 만약 네가 글을 쓴다면 달처럼 글을 써야 할 거야.’


냥냥이와의 문답은 항상 이런 식이 었다. 나는 질문을 하고 냥냥이는 답을 던졌다. 무언의 속삭임 속에 소리 없는 아우성은 퍼져갔고 선문답처럼 그러한 질문과 답들은 잔잔한 호수에 생기는 파장처럼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렇게 동네를 한 바퀴 돌고 현관문을 열면 먼저 냥냥이는 쪼르르 안쪽으로 뛰어갔다. 나는 온도 차이로 서리가 잔뜩 낀 안경렌즈를 입고 있는 웃옷으로 쓱쓱 닦아내고 냥냥이에게 밥을 준다. 둘 다 각자 밥을 먹고 나면 나와 냥냥이는 조그만 난로 앞에 자리를 잡는다. 물론 붉은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벽난로 앞. 카펫 위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고 오래된 나무로 만든 흔들의자엔 손뜨개하는 할머니가 있는 미국 중산층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을 상상하면 안 된다.




쉬고있는 냥냥이.gimpo.2014



우리는 단지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전기를 꽂으면 붉은빛이 도는 싸구려 전기난로였을 뿐이었다. 이 싸구려 전기난로의 특징은 반경 1m를 벗어나면 매우 추워지기 때문에 다들 전기난로 앞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는 냥냥이와 전기난로 앞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 일을 즐겨했다. 물론 스피커에서는 나지막이 쳇 베이커(chet baker)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면 냥냥이는 앞발을 모으고 눈까풀이 무거워지는지 고개를 깜빡깜빡하며 잠이 든다. 이 장면은 갑자기 들어온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의 장면이다. 그렇게 2014년의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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