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머무는 자리
설레는 여인의 봉긋한 가슴처럼 아기 고양이 배의 보드라움처럼 봄이 찾아왔다.
봄은 주저하지 않았고, 겨울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의 순리에 대해 인정할 줄 아는 대인배였다.
밤의 장막을 헤치고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붉은 아침은 봄과 매우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준다.
멀리 산너머 조금씩 농밀하고 진득한 빛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녀는 결코 한 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부끄러운 듯 뭇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는 밀당과 튕김을 자연스레 체득해버린 20대 여인의 럭비공 같은 자유분방함이 아니라,
푸르고 차가운 겨울의 냉랭함이 녹아 없어지기를 따르는 성숙한 여인의 기다림이다.
봄날의 아침산책은 성숙한 여인의 부드러운 쓰다듬음과 같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녀의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힌다.
그때 어디선가 한줄기 바람이 높은 음자리의 모양으로 불어온다.
바람은 감성적이었다. 마치 혈관에 엔도르핀을 투약한 듯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쾌감은 탐욕적이거나 세속적이지 않았으며, 이 순간 누구라도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실천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가지게 만드는 바람이다.
벤치엔 아직 아침 서리가 하얗게 서려있다. 그 위로 비치는 붉은 아침 햇살 사이로 서리가 얼굴을 붉힌다.
이렇게 무심코 지나가는 우리의 뒷동산은 봄을 기록하고 있다.
봄 사이를 거닐다 보니 봄과 어울리는 시들이 떠오른다.
봄은 모두를 시인으로 만든다.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그렇게 봄은 감성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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