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막걸리 심부름

술 심부름을 다녀오던 길에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by 이대영

저 멀리 반대편 산봉우리에 눈이 가득히 쌓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맑은 겨울 날씨 때문인지 하늘이 더욱더 파랗게 보였다.

“저기 가서 막걸리 좀 사 오너라.”

“얼마만큼요?”

“한 되만 달라고 해라.”

“예.”

설 명절날 아침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막걸리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아래 길 옆에 막걸리 도가(양조장)가 있었는데, 나는 평소에도 가끔 술 심부름을 하곤 하였다.

막걸리는 술이라서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은 어른들이 먹고 남긴 막걸리에다가 설탕을 타서 달달하게 해서 먹기도 하였다. 그렇게 먹은 막걸리는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술에 취해서 비틀 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막걸리를 사서 오던 길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오른손에는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왼 손에는 거스름돈으로 준 잔돈을 쥐었는데 손을 흔들다가 그만 십 원짜리 동전 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 하수구에 풍덩 하고 빠져 버린 것이다.

나는 순간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야단맞을 것 같았다. 꾸지람하실 것 같은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기분 좋은 설 명절 기분이 순식간에 싹 사라져 버렸다. 앞이 캄캄했다.

하수구는 깊지는 않지만 더러운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물속이라 동전이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엎드려서 물속에 손을 넣고 동전을 찾기 시작했다.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리 휘젓고, 저리 휘저어 보아도 동전은 보이지 않았다. 손이 꽁꽁 얼었다. 몇 번을 그렇게 했는지 모른다. 난감할 지경이었다. 얼마큼 그렇게 했을까 그때 등 뒤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뭐하노?”

심부름을 간지 한 참이 되었는데도 애가 오지 않으니까 어머니가 찾아 나섰던 것이었다.

“하수도에 십 원짜리 동전이 빠져서……”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고 그런다고 찬 물에 손을 넣고……”


집에 오니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셨다.

“와 인자 오노?”

“막걸리 도가 아저씨 기다린다고 늦었답니다.”

어머니는 서둘러 내 대신 말을 하시시면서 눈을 끔벅이며 아버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표정을 하셨다. 어머니는 매번 일이 있을 때마다 그렇게 내편이셨다. 아버지 성격을 잘 아는 터라 일찌감치 미리 방비를 하시는 것이었다.

겨울이 오면 나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께서 그날 나를 찾으러 오시지 않았다면 나는 거기서 몇 시간이고 찬 물에 손을 넣고 동전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길에 떨어진 십 원짜리 동전을 그냥 보고 지나친다. 십 원짜리 동전을 잃어버렸다고 찬 물에 손을 담그지도 않는다. 그때처럼 살았으면 우리는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