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도 사진을 찍는 집이 있었다.
“자! 사진 찍으러 오세요. 예쁘게 찍어 드립니다.”
리어카에 예쁜 그림이 그려진 병풍을 실은 사진사 아저씨가 동네를 찾았다.
사진이 귀하던 당시에 리어카에 명승지 그림이 그려진 병풍을 싣고 말이나 자동차 모형과 함께 예쁜 여러 가지 옷을 싣고 마을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름 해서 ‘이동사진관’이었다.
사진은 예전에 서울에 일하고 계시던 아버지에게 보내기 위해 여동생과 찍은 사진과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 가을 소풍을 가서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동네 앞마당에는 언제 소문을 들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들뜬 표정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소품으로 만들어진 모형 말이며, 작은 배, 자동차 모형이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옷걸이에 나란히 걸려 있는 도령 옷이나 신사 양복들도 신기했다. 그 옷을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아이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서 얼떨떨한 기분으로 옷이 갈아입고 리어카 위에 올라가 병풍을 배경으로 세워졌다. 처음 사진을 찍어 보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뚝뚝한 표정으로 잔뜩 긴장해 있었다. 옆에서 사진 찍는 것을 지켜보던 아이의 엄마가 “좀 웃어”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웃기는커녕 더 굳어지기만 했다.
번쩍 하고 플래시가 터지고 사진 찍는 것이 끝나자 아이는 그때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휴~’하고 한숨을 내쉬며 리어카에서 내려왔다. 어린아이들은 사진 찍는 것이 무서운지 울음을 곧잘 터뜨렸다. 그럴 때마다 사진사 아저씨는 아이를 달래느라 갖은 애를 다 써야만 했다.
우리 동네에도 사진을 찍는 집이 있었다. 나보다 한 살 위인 남준이 형 아버지는 집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미리 이야기를 해 두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약속 시간에 맞춰서 사진 찍을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신 아버지가 집에 있는 사진들을 꺼내셨다.
그리고 꺼낸 흑백사진 위에다가 그림물감처럼 생긴 것을 조심스럽게 칠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게 뭐예요?”
“칼라 사진 만드는 거다.”
아버지는 작은 붓으로 우리 집 앞마당에서 찍은 나와 동생들의 흑백사진 위에다가 얼굴이며 옷이며 색칠을 하셨다. 물감이 칠해지자 얼굴은 금방 살아있는 얼굴처럼 보였고, 옷에도 색칠을 하자 금방 칼라 색옷으로 변했다.
아버지는 집에 있는 사진들을 모두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칠을 하셨다. 사진은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변해갔다. 아직 컬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때에 우리는 컬러사진을 볼 수 있었다. 컬러사진이 나오고 컬러텔레비전이 나온 것은 그 뒤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집 마루 위에나 방 안에는 사진액자가 걸려 있다. 어머니께서 시집오시기 전에 동네 친구와 같이 나란히 평상 마루에 앉아서 다듬이질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이 결혼하실 때의 흑백 사진도 앨범에 남아 있다. 비록 흑백 사진이라도 있으니 그분들의 옛날 모습을 볼 수 있다. 흑백 사진은 과거를 보게 한다. 지금은 흑백도 컬러 안에 파 묻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