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을 줍는 아이들 머리 위로 세찬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학교 수업을 마친 산동네 아이들은 집에 가방을 던져두기가 무섭게 모두들 바깥으로 뛰어 나갔다. 손에는 작은 포대 자루를 들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면서 길거리로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고철을 주웠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못과 같은 쇠붙이들은 흙 속에 파 묻혀 있다가 비 때문에 흙이 씻기면서 눈에 잘 띄었다. 골목길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돌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자세히 살피면 못과 같은 고철이 눈에 띄었다.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짓는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다른 데보다 더 많은 고철을 주울 수 있었다.
창수는 눈으로 계단을 샅샅이 훑으며 내려갔다. 비가 적당히 내리면 괜찮으련만, 빗물은 신고 있는 고무신이 금방이라도 벗겨져 떠내려 갈 정도로 세차게 쏟아졌다.
“창수야 없제?”
언제 뒤따라 왔는지 동호가 비를 맞으면서 싱긋 웃었다.
“없는갑다(모양이다).”
창수는 입으로 대답하면서도 눈은 동호가 들고 있는 포대자루에 가 있었다.
동호가 들고 있는 포대자루는 비에 젖어서 축 늘어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고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아들이 벌써 다 주워 갔는갑다. 안그라몬 있을 건데.”
창수와 동호는 단짝이었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늘 같이 어울려 다녔다. 어찌나 같이 어울려 다니는지 동네 사람들은 형제 같다고들 말했다. 가끔은 말다툼도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금방 다시 옛날처럼 히히덕거리며 죽을 맞추며 놀았다.
비는 조금 전보다 더 세차게 쏟아졌다. 길옆에 있는 집 처마 밑으로 몸을 숨기면서 비를 피했다.
“창수야! 여기 와봐라.”
동호는 처마에서 조금 떨어진 굴뚝 옆에서 굴뚝을 잡고 따뜻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창수를 불렀다.
“여기 손대 봐라.
“……”
“따시제?”
“응.”
집 안에서 불을 피웠는지 굴뚝은 손을 대도 좋을 정도로 적당하게 따뜻했다.
흐린 날씨에 비에 젖은 몸은 금방 차가워졌다. 입술이 파랗게 변하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얇은 반소매 티셔츠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머리에서 빗물이 뚝 뚝 떨어졌다.
“우리도 전봇대에 올라가서 전깃줄 짜르까?”
“무슨 소리 하노? 클(큰일)날라꼬?”
“그라다가 전기에 감전돼서 죽었다는 이야기 못 들었나.”
창수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동호를 쳐다보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가끔 어른들이 몰래 전깃줄을 잘라서 고물상에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전깃줄뿐만이 아니라, 멀쩡한 남의 집 철대문도 떼어가고, 길거리에 있는 교통 표지판도, 함석으로 된 빗물받이 통도 떼어가고, 심지어는 구리로 된 문패도 떼 간다고 했다.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훔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비가 오는 날 고철을 주으러 다니는 아이들을 사람들은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그런 눈초리를 보면 슬금슬금 그 자리를 피했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아이들은 도둑처럼 보였던 것일까? 기분 나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른들이 한 나쁜 행동 때문에 아이들까지 그렇게 보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동안 모든 게 조용했다. 함석지붕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자 ‘똥 똥’ 소리를 내며 물 방울이 튀었다. 루핑으로 된 지붕 위에서 ‘후드득’ 하며 빗방울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동안 고철을 주워야 한다는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창수와 동호는 아무 말 없이 지붕 끝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빗줄기에 손을 대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때였다 내리는 비를 헤치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너그들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친구 영철이가 손바닥으로 비를 가리면서 헐레벌떡 뛰어 왔다.
“좀 자았나(주웠나)? 한 보자.”
영철이는 오자마자 아이들의 포대자루부터 먼저 살폈다.
“없다. 니는?”
“으이그 나도 없다. 못 똥가리 하나 못자았다.”
“지남철(자석)을 묶어서 다니 봤자 쇳가루밖에 안 걸린다.”
영철이는 그러면서 허리춤에 끈으로 묶은 지남철을 들어 보였다. 지남철은 마치 낚싯줄에 걸린 송사리 마냥 빗물을 뚝 뚝 떨어뜨리며 대롱대롱 아이들 눈앞에서 움직였다. 끈으로 지남철을 묶어서 한참을 다니다 보면 못이랑 작은 쇳조각들이 지남철에 달라붙어 고철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지남철도 어렵게 구한 것이었다.
영철이 때문에 그렇게 한참을 소란을 떨고 있는 중에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잠시 내리는 소나기였는지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느냐는 듯이 능청스럽게 맑게 개었다. 길 옆 하수구로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아이들은 얼굴을 빼고 하수도를 살폈지만 그러나 고철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그렇게 비가 많이 오고 나면 이것저것 고철로 쓸만한 것들을 주울 수 있었는데 그날은 허탕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데로 갈낀데?”
“몰라, 시내로 한번 내려가 보고.”
“시내에 가봤자 없다. 넝마 쟁이가 다 주워갔다.”
“그래도….”
친구 영철이는 창수와 동호를 두고 혼자 비탈길을 내려갔다. 영철이 허리춤에 묶여있던 지남철이 “땡! 땡!” 쇳소리를 내며 이리 튀고 저리 튀면서 창수 뒤를 쫓아 내려갔다.
“창수야 마이 주워 온나!”
“알았다!”
창수는 뒤돌아서 아이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시내로 곧장 내려갔다.
변덕스러운 날씨인지 하늘이 꾸무룩하게 어두워지더니 이내 다시 빗방울이 후드득거렸다.
“우짜노, 비 오는데?”
아이들은 친구 영철이가 걱정이었다. 친구 없이 혼자 고철을 주으러 내려간 영철이가 걱정되었다.
창수와 동호가 서로 얼굴을 마주치자 이내 둘은 시내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아래에서 영철이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철아! 어디있노?”
“영철아!”
비는 더욱더 빗방울이 굵어졌고, 하늘에서는 우르릉하는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들 뒤로 쏴아- 하고 비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