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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인사

나는 나에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by 이대영

아침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주어진다.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시계를 쳐다보며 하루를 준비한다. 사람마다 루틴이 있다. 일어나자마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운동하는 사람, 조용한 음악을 틀어 놓고 명상에 빠지는 사람, 책을 펴서 오늘 읽을 곳 찾아 읽는 사람, 물론 일어나자마자 커피부터 찾는 사람도 있다. 그는 커피가 주는 향과 맛에 매혹되어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이 없다. 누가 부르지도 않고,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다. 나를 괴롭히지도 않고, 나를 성가시게 하지도 않는다. 어제 일이 생각나더라도 이 시간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애써 모른 채 한다. 코 끝에 향긋한 커피 향이 맴돌 때면 커피를 바라보는 눈길이 그윽함으로 바뀐다. 검붉은 색 커피는 그윽함을 넘어 모든 것을 까맣게 덮어 버린다.


부산함이 지나면 조용한 적막이 찾아온다. 책에서 본 한 구절은 마음에 맴돌고, 씹고 씹으며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경외감까지 느끼게 한다. 사람은 같은 것을 싫어하는데, 아침만큼은 그러지 않는다. 정성껏 예의를 다하고,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들며, 아침이 주는 무한한 마음의 풍요로움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아침마다 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어제를 지나고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는 인사다. 나이 들면서 "안녕"이라는 말을 더욱 실감한다. 이제는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도 다르게 보이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늦게까지 글 쓰는 버릇 때문에 새벽에 아침을 맞게 되면 아침을 볼 면목이 없다. 그냥 커피 한잔 하면서 아침을 얼르고 달랜다. 아침이 준비한 식탁을 받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다.

아침에게 "안녕"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에 대한 반가움이지만, 앞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나에게,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다"는 부탁이다. 이렇게 좋은 아침이라면, 남은 시간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말이다. 떼를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침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런 나를 등 떠밀어 밖으로 내 보낸다. 남아 있는 커피 찌꺼기를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더 하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아침은 나를 쫓아낸다. 마치 어릴 적 책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등 떠밀려 학교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 종일 그랬으며 좋겠다. 우울한 생각도 아침 햇살에 녹여 버리고, 사람들 감정도 눈처럼 녹였으면 좋겠다. 무겁고 나쁜 것을 채로 걸러내듯이 아침이 안녕을 불러 시켰으면 좋겠다. 하루를 충실히 산다고 아무 일 없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감정은 기복의 파도를 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트를 타며 오르내린다.


저녁이 되면 하루라는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나에게 다시 묻는다. "오늘, 나 어땠어?". 대개 큰 일을 해낸 것처럼 도도하기 짝이 없다. 아침에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다"라고 한 말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 하루 온종일 수많은 만남과 마주침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한 건 누굴까? 업무 이메일로 가득 찬 하루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누구일까? 모험 같은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된 것도 누구 때문일까?


우리는 행복하다. 아침이 매일 우리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 있었던 모든 것을 아는 아침은, 우리에게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선물해 줄 것이다. 결국 내일 다시 만나자는 말이다. 우리가 형식적으로 그냥 "안녕"이라고 말하더라도 아침은 인사를 기억한다. 내일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식탁에 앉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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