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서 불행을 떼어내는 것.
비가 오는 날이면 고무신 한가득 물이 가득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절벅 절벅 미끌거렸다. 쏟아지는 소낙비에도 아량곳 없이 책 보따리를 겨드랑이 끼고 산으로 올랐다. 몸은 물에 빠진 생쥐 마냥 비에 흠뻑 젖었다. 작은 걸음으로 바쁘게 얼마쯤 걸어 올라 갔을까. 산동네가 나타났다. 허름하게 판자로 지어진 집들이 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어두 컴컴한 집안으로 들어서자 나무 탄내가 코끝을 찔렀다. 머리를 털며 쳐다본 거울에는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얼굴 하나가 보였다.
사람들이 행복 때문에 힘들어한다. 어떤 사람은 행복을 물질이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이라고 말한다. 많이 있으면 좋다 하고, 없으면 불행하다고 말한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하고,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 비우는 것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행복을 마음으로 조종하는 것이다. 참 쉽지 않지만, 그것도 이력이 나면 행복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나아 보인다. 초월하는 게 다른 게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행복' 반대가 뭐냐고 물으면 "불행"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행복’과 ‘불행’ 두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행'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지, 행복하지 않은 게 불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모두 불행한 것으로 생각한다. 행복은 좋다는 감정이고,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감정일 뿐이다. 행복은 '느낌'이고 '기분'이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감정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입장이라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적으로 생각하고 비교만 하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행복은 자기 최면술로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임시방편이지 오래 못 간다. 행복이라는 정의가 나름 있어야만 행복과 불행에서 자율로워 질 수 있다. 결국은 자신이 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만들어 놓은 정의나 공식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행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행복에서 불행을 떨어내는 것은 어떨지. 행복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고 생각은 해 보았는지? 난, 그게 내가 생각하는 행복 공식이다. 우리는 불행하고는 상관이 없다. 불행이라는 감정 저수지에서 빠져서 허우적거릴 필요 없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 그건 문제이지 불행이 아니다. 불행은 내가 가지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눈을 높이면 감정 지수가 올라간다. 작은 감정도 크게 느껴진다. 작은 눈덩이가 큰 눈사태가 되어 나를 집어삼킨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행복이다. 아이의 말을 들으며 웃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식탁에서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아빠에게 시원한 맥주 한 캔 사주고 행복하게 마시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이다.
우리 생활에 불행이라는 것은 없고, 오지도 않았다. 어쩌면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 있는 것은 행복이 줄었을 뿐이다. 다르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아니라고 부인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원래 행복했다. 불행이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불행이라는 바람은 우리 마음에 영영 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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