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무게를 더는 방법
사람은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채우려 한다.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뚱아리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 욕심을 있는 힘껏 부려 본다. 조금은 덜어도 되는 일을, 욕심으로 채우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몇 번이던가. 돌아서면 또 잊어먹고 무한 반복으로 습관처럼 같은 일을 되풀이된다. 그러다가 덜컥 탈이라도 나면 그제야 놀라면서 몸을 추스른다. 미련한 게 사람이다.
일을 조금씩 덜기로 했다. 절반 눈금만큼이 아니라, 눈금 한참 밑에서 멈추기로 했다. 간 밤에 심장이 그렇게 쿵쿵 뛰었던 게 내 몸이 먼저 반응해서였다. 내가 힘이 있으면 또 욕심부릴까 싶어 몸은 나에게서 힘을 빼앗아갔다. 축 늘어진 몸을 보며 고맙다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네가 나를 살리려고 이렇게 하는구나. 예전 같으면 몸을 이기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드니 이기려는 마음보다 내려놓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그만큼 이겼으면 됐으니 이제 조금씩 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한창 뛸 나이에는 열심히 뛰어야지. 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뛰지도 못한다. 청춘의 시간이 있고, 중년의 시간이 있고, 노년의 시간이 있다. 우리 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 몸도 자연의 한 부분이다. 나중에는 누군가가 먼지처럼 툭툭 털어버릴 것이다. 그때 우리는 지금 것을 기억이나 할까? 내가 좋아했던 것, 내가 욕심내었던 것, 내가 나보다 더 사랑했던 것을 기억이나 할까?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기억이 많이 사라졌다.
많은 문자와 전화가 와있었다. 심한 놈은 부고장 보내지 말라는 놈도 있었다. 썩을 놈. 내 친한 친구 동석이다. 부고장을 띄울까 하다가 참았다. 아직은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분명히 전화하면 "어! 아직 살아있네" 할 놈이다. 그런 놈을 위해서라도 힘을 아껴야겠다. 몸이 아니면 말로라도 반항할 수 있게 말이다. 몸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다 채우지 말기를. 할 수 있어도 할 수 없다 생각하고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진정으로 내려놓을 수 있으면 참 좋다. 그도 아니면, 내려놓는 시늉이라도 좋다. 그러다 보면 채워지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해가 뜨면 해가 뜨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한번 살아볼까 생각하는데 또다시 몸이 회복되면 어떨지 또 다시 걱정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만하기에 다행이다. 채우려고 하는 욕심이 내가 일어난 줄 알고 또 슬며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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